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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si Jul 12. 2024

나는 이 나무를 나의 “할머니“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상하게 할머니가 떠오르는 나무라 그냥 눈물이 났다.



지난 5월의 묵혀두었던

브런치 서랍장을 열어보았다.

어느 날인가 마음들을 두서없이

적어두었는데,

꺼내기 복잡해서 다시 넣었던 이야기다.




매일 걷는 찰스강 그린웨이- 산책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만난 그 순간부터

매일이 감동이었다. 매일 다르게 펼쳐지는

하늘과, 나무의 색, 그 안에 강줄기는 쉼 없이 흐르고-

그 안에는 작고 귀여운 온갖 동물들이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마음이 힘든 날에는 댐 앞에 앉아 물줄기가

힘차게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돌아올 때도 많다.

외할머니가 갑작스레

입원하시고, 돌아가시고.. 떠나보내는

시간은 겪어보지 못했던 쓰나미 같은 감정들로

마음이 슬프고 어려웠다.

그 안에는 염려, 불안, 죄책감, 후회, 연민, 슬픔

온갖 심정이 뒤섞여있었다.


할머니가 응급실에 가셨단 소식을 듣고

가만히 넋을 놓기도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기도 했으며

꺽꺽대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엄마의 말씀에, 작년 미국에 올 때쯤

할머니가 "다음엔 한국에 언제 올 거야?

언제 볼 수 있어?"

연신 물으시던 그 마음이 계속 밟혔기 때문인가 보다.

그때 미세하게 느꼈던 감정들,

언제나 마음속에 품었던 불안한 마음들,

결혼 후 미국에 살면서 일 년에

한두 번씩 들어갈 때마다

부디 건강하시기만 바랬던 나의 바람들이

영원히 지켜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염려하며 예상했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상황들에

큰 슬픔은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 날 거듭 찾아왔다.

당장 달려갈 수 없는,

현실을 또 지켜내야 하는 나의 삶이 있기에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다.


산책길에 마주했던,

다른 꽃나무보다 유난히 눈에 들어오고

먼저 꽃을 급하게 피워내었던

어느 핑크빛 꽃나무를 보며

할머니가 좋아하는 이 아름다운 꽃들을 담아내어

(할머니는 내가 첫 직장에 들어가 사드린

오렌지 니트를 가장 아끼며 십수년간 매 겨울

입으셨다. 그리고 사계절 내내 늘 진분홍색의 가디건을 즐겨 입으셨으며, 손주사위를 만나는 날엔-

꼭 분홍 립스틱을 곱게 바르고 계셨다.)

보여드리고 싶다고 부디 다시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며 지냈는데-

그리로부터- 일주일 만에 외할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애도의 기간 동안

더더욱 내 슬픔과 대조적으로

이 핑크 꽃나무는 그야말로 솜사탕처럼

풍성하게 만개했고, 슬프게도 정말 아름다웠다.





외할머니의 발인날,

공교롭게도- 할머니를 떠올리던 꽃나무 근처에

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던 아파트 계약서를

쓰게 되면서, 나는 감사하게도 우리 할머니나무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도 내가 많이 보고 싶으셨나보다.

여기에 집을 구하게 하셨으니..

이런 생각들이 절로 들었다.

(보스턴에서 원하는 집 구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

오늘 새벽 조깅길에도

나는 우리 할머니를 만나고 왔다.

꽃은 모두 떨어져 지금은 그린빛의 나무가 되었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성품처럼-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늘도 되어주고

동물들의 집이 되어주며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헥헥  거리며 뛰는데 할머니 나무 근처,

휠체어에 앉아계시던

어느 90세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가 나에게

따습게 인사를 해주시며,

운동을 하는 나에게 엄지 척을 해주셨다.

늘 나에게 응원해 주시던 우리 할머니처럼 말이다.

오늘따라 우리 할머니가 참 많이도 그리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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