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내일이 9월이라기에
내일이면 어느덧 9월.
9월 3일은 미국의 노동절이기도 하고,
여름에만 오픈하는 내가 주거하는
아파트 수영장물을 뺀다고 한다.
이곳으로 이사 올 때만 해도 비싼 월세를 떠올리며-
매일매일 수영하러 나와야지! 굳게 결심해놓곤,
민망스럽게도 오늘이 고작 두 번째로 출입을 하게 되었다. (역시 이런 의미에서도 “어떤 사람"으로
살지를 정하고, 그렇게 살 수 있게 스스로 이끌어가는 건 내 엉덩이를 일으키게 하는 중요한 일인 듯 하다.)
오늘은 8월의 마지막 아침, 그리고 토요일!
8월이 끝난다니 공식적인 여름과 이별을 하는 기분에
찐한 아쉬움이 올라온다.
약간의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애착인형과도 같은 로브를 수영복 위로
가볍게 걸치고 부랴부랴 이른 아침부터 나왔다.
아무도 나오지 않은 토요일 아침시간,
그저 여유롭고 한적하게 즐기고 싶었다 :)
요 아쿠아블루 컬러의 수영장 색만 봐도
기분이 맑아진다.
챙겨간 책을 읽다가,
물 온도가 내 체온과 대충 맞춰졌을 때쯤,
슬금슬금~ 수영장으로 입수하고,
물속에서 독서 타임도 즐겨보았다.
나는 종종 미국인들이 수영장 안에 몸을 담그고
책을 읽는 모습을 물끄러미 구경하곤 했다.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태닝을 하거나,
수영장 안에서 독서만 하는 사람도 있고,
선베드에 누워 낮잠을 청하는 사람도 있으며,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생전 처음으로
물속에서 독서 타임을 시도했는데,
차가운 물이 발을 감싸주니 머리끝까지
시원한 파도가 밀려오는 기분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어제부터 듣기 시작한 "아침이 온다" 오디오북도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졌다.
왜 진작 이 뜨거운 여름날,
수영장으로 내려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묵직하게 든다.
그래도 오늘 오전엔 다른 사람들이
수영장으로 오지 않은 덕분에
두 시간 동안 고요한 아침의 시간 속에서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미타임을 즐길 수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
책도 읽고 수영도 하며 ... 보내기 무척이나
아쉬운 이 여름의 계절에 대한 사랑을
시원하게 달래 보는 하루였다.
글을 쓰는 와중에 오래된 나의 마우스 패드 속에 담긴
시원한 수영자의 사진과
글귀가 오늘따라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잊지 말아야지.
Let's live laid-back!
여름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