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하고도 특별한 10월의 나의 보스턴 마라톤 이야기
여름부터 준비한 마라톤을 향한 내 여정이 드디어
한 막을 내렸다.
나에게 10km는 한때 '절대 못 할 일'로만 여겨지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저 1km만 달리는 것도 숨이 가빴던 내가, 언니와의 만남으로 인해 어느새 "달리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엔 달리기가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게 너무 당연했다. 하지만 내 생각, 내 뇌에 속지 말자는 다짐을 한 뒤부터 천천히 그 불가능의 벽을 두드리고 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갔다. 2024년 그 여름을 떠올리면, 머릿속엔 단 하나, '달리기'라는 세 글자만이 남을 것 같다.
지독하게 더웠던 2024년 여름, 온전히 달리기에 몰두했던 날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월, 3주간의 미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부담과 걱정을 다시 거머쥐고
다시 체력을 다듬으며 대회를 준비했다.
솔직히 말하면, 마라톤은 처음부터 나에겐 부담스러운 목표였지만, 참여에 의미를 두며 스스로에게 부담을 덜어주려 마인드셋을 해왔다. 신기하게도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조금도 식지 않았다. 내가 무언가를 이토록 강렬하게 원한 적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른다. 신선할 만큼 열정의 날들! (기분 좋은 부담감이었다.)
잠시 여담을 늘어놓자면... 지금의 제목은 결국 나와의 약속을 지켜낸 사람이라, 달리기는 잘 해냈는데
브런치의 꾸준한 연재는 해내지 못한 게 마음이 살짝 무겁다. 달리는 것만큼 쓰는 일을 꾸준히 해내고 싶은데....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몰입의 시간은 참 기쁘면서도, 때론 막막하고 힘들었다. 완벽하지 않음에도 완벽해 보이고 싶은 내 마음을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래도 결국은 해낸다. 달리기든, 글쓰기든... (적어도 오늘 글쓰기를 겨우 시작했으니깐 말이다!)
다시 돌아와 본론으로,
결. 론. 은.
나는 보스턴에서 여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10km를 완주했다. 평소에는 1시간 20분 정도 걸렸지만, 그날의 흥분과 설렘 덕분이었을까? 생각보다 빠르게 1시간 8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내가 받은 메달의 문구가 더 크게 와닿는다.
어떤 이에게는 그저 일상의 한 조각일 수 있겠지만, 나에겐 작고 높은 동산 하나를 넘어낸 듯한 기쁨이었다. 미국에서의 삶에서 마주했던 현실의 벽들, 패배감, 좌절감, 분노들이 한순간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달리기 하나로도 이렇게 마음이 단단하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 이 기쁨을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둔다. 나 참 잘 해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땀을 흘린만큼- 단단하게 넘어갈 수 있을거라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이제는 내년 4월에 있을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며, 가을과 겨울을 즐기며 오늘도 달리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