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라고 느끼는 나의 홍콩엄마와 한국인 동생과 함께 나누는 K밥상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려는 혼돈의 날씨 속, 10월이 찾아왔다.
도서관에서 두 종류의 영어 수업을 함께 듣는,
나의 홍콩이모와 한국인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했다.
여행을 가기 전 지난 시즌 홍콩이모가 나와 남편을 집에 초대해 따뜻한 밥을 해주시곤 하셨다. 그 밥심 덕분에 타지에서 따순 가족애도 느끼며
살아갈 힘을 거뜬히 낼 수 있었다. 이 다정하고도 따뜻한 집밥의 힘을 알기에-
나도 그 마음을 나눠보고 싶었다.
이모가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신 덕에 드디어 나도 우리 집에 초대할 수 있었다.
만남의 전 날- 집 앞 마트에 가서 돼지 등갈비와 디저트를 구매해 와서- 집에 묵혀둔 귀한 김치로 등갈비 김치찜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 메뉴는 한국에서 보스턴까지 먼 발걸음을 하신 부모님을 위해 웰컴 음식으로 차렸던 메뉴인데 꽤 부모님의 반응과 사랑을 받아서 조금 자신감이 생겨
재도전해보게 되었다!)
홍콩이모는 한국음식을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은 H-mart에 가는 분이다. 심지어 이모의 딸은 김치 없인 한 끼도 못 사는 홍콩인이기도 하다.
나에겐 무척 고맙고도 사랑스러운
홍콩 식구들의 이야기다.
+ 마트에 갔다가, 가을 한 다발이 눈에 들어와
망설임 없이 데려왔다 :)
호박 컬러의 꽃이 내 기분을 설레게 한다.
10불어치의 등갈비는 양이 많진 않지만,
셋이 한 끼 먹기 딱 좋은 양이다.
작은 등갈비 6조각을 핏물을 빼고-
또 양파와 함께 겉을 태우듯 구워주어 고기냄새를 빼주었다.
그리고, 우리의 입맛대로 만든
새우젓과 고춧가루, 된장 반스푼을 넣은 소스를 넣고
들기름에 볶은 묵은지와 고기를 함께 바글바글 끓여주면 완성!
당수치가 높은 이모를 위해 야채구이와
후무스도 사이드 디쉬로 준비해 봤다.
소금 후추 간을 한 두부와 호박구이 물기를 제거한 후,
올리브 유에 담백하게 구워냈다.
사진엔 보이지 않지만 돌솥에 한국식 백반집 감성의 폭탄 달걀찜도 함께 만들어봤다.
이렇게 다정한 마음을 한 끼 나눠 먹으니-
함께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따뜻한 눈빛을 보며,
나도 그 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이 행복(幸福)의 의미가 깊숙하게 좋다.
다행 “행” 그리고 복 “복”
복에는 보일 시, 한 일, 입 구, 밭 전 자가
합쳐진 한자.
하나뿐인 입에 풀칠할 수 있는 밭이 있다면,
바라보는 것 자체가 복이라는 말
함께 행복감을 느끼고 무엇보다,
타지에 든든한 식구가 생긴 듯하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의 食口(식구)라는 한자어가
더 몸과 마음으로 생생히 느껴진다.
이모는 나에게 딸이라고 부르신다.
나 또한 홍콩엄마가 계셔 참 감사하고
큰 힘이 되는 날들이다.
10월의 멋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