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했다
첫 자취땐 칩거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저 동굴 같은 집에 누워있는 게 내 하루의 전부였다. 암막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에 햇빛은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내가 눈 뜨면 낮이요 눈 감으면 밤이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던 거 같다.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 올라와 좋은 곳에서 잘 지내다 다시 자취를 해야만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나도 어떻게든 홀로 서야 하니까. 지금 날 돌보아주는 사람들은 다 각자의 가정이 있으니까. 집이라는 공간이 다시 은둔처가 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에 지레 겁도 먹어보며 이사를 준비했다.
온전히 내 물건이 가득한 공간. 이 공간에서 나는 참 많이 울었다.
분명 나의 것이 가득한데 그 어디서도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시기상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던 거 같다.) 매일 침대에 누워 울었다. 분과 슬픔에 못 이겨 울고 울고 또 울다 보면 마침내 죽고자 하는 충동에 종종 사로잡혔다. 시도하진 않았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몇 번이나 죽었는지 이제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나는 나를 수십 수백 수천번 떠밀었다. 내가 너무 싫어서. 남들 하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한참 못 미쳐버린 내가 역겨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애정의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그 속에 있을 땐 그나마 안정되었던 거 같다.) 정작 나는 나를 끝없이 미워하고 있었으니,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 지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지냈다.
그래도 홀로 선 이상. 정말 잘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같이 자란 보육원 동생들에게는 못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나도 이곳을 퇴소하면 저 사람처럼 멋지게 살겠지? 에서 ‘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학도 뭣도 안 나왔지만 떳떳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
여전히 원하는 바와 거리가 멀긴 하나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여태 어떻게든 살아냈고, 지금은 전보다 훨나은 상황에 놓여있으니.
새롭게 시작하는 자취 생활을 조금 기록해보고자 한다. 나의 허접한 글이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단 위로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