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고 진심으로 원하던 시간을 보내며 계속했던 생각이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 않으며 내가 당장 죽어도 아무도 제 때 알아주지 않을 것이란 이상한 확신들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며 주변 사람마저도 사랑하지 못하고 의심하게 되는 내 모습이 끔찍했다.
나는 교회를 다니고 있고, 어릴 적부터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조금 과장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맞는 말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나를 버려두었다 생각했다. 정말 사랑한다면 나를 이렇게 버려두어도 되는 것인가? 사람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고 아끼려고 하는데 하나님이라는, 그러니까 신이 자신이 사랑하는 무언가를 그냥 이렇게 괴로워하도록 내버려 둔다고? 생각을 끊임없이 하다 보니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인지, 내가 믿는 것의 의미를 계속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나날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너무 우울한 기운에 약을 과하게 복용하고 (절대 절대 약을 자신 마음대로 줄이거나 늘려서는 안 된다.) 죽은 사람처럼 하루를 잠으로 보낸 날. 일어나자마자 거의 바로 강도사님과 전화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내가 할 일들을 전혀 해내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혼나거나 실망스럽다는 말을 들을 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도사님께서는 오히려 아프고 고단한 내 마음을 알아봐 주시고 하나님께서 전에 허락하셨던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애인과의 헤어짐도, 전혀 극복하지 못한 아버지의 자살도, 내 우울증도,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스스로를 향한 자책도 다 내려두고 그전에 내게 허락하셨던 것들과 그것을 통해 나를 사랑하고 계심을 끊임없이 알려주셨던 하나님을 떠올리며 감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강도사님의 말씀들이 너무 감사했다. 사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자연스레 감사와 죄송함의 눈물이 줄줄 흘렀던 거 같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신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진 것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감사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바라보며 많이 어리석었다고 느꼈고 내가 정말 죄인이라고 느껴졌다. 하나님께선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에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언제나 나를 보고 계시고 듣고 계시고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그저 지식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 깨달은 거 같아 굉장히 신기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사랑받지 못할 죄인임에도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구나. 내 말과 행동만 바라본다면 전혀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선 나를 사랑하셔서 자신의 아들까지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하셨다. 아직 낳아보지도 않은 자식을 죄인을 위해 내어 주고 못 박아야 한다 생각하면 내 마음도 미어지는데, 하나님께서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속이 다 뒤틀리는, 그 이상의 고통을 느끼셨을 거 같다.
여전히 죽고 싶고 여전히 우울하지만, 그럴 때 혼자가 아니라 나를 여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릴 수 있는 힘이 조금은 생긴 거 같다.
나를 무한히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삶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