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로 May 14. 2024

이별, 서로 갈리어 떨어짐

누구에게나 이별은 존재한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것일지라도.

잘 이별하는 법을 아시나요?


저는 이제 겨우 이십 대 초반입니다. 남들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남들만큼 많은 것을 겪었다는 것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 겪어온 모든 종류의 이별은 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치고 올라와 제 마음을 힘들게 만들곤 해요. 헤어진 대상과는 상관없이, 크든 작든 무언가의 빈자리를 느끼게 될 때면 저는 무력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간을 오래, 길게 보내곤 했어요. 다들 아픔을 훌훌 털어내고 제 삶을 살아가는 거 같은데 저는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상실의 여파가 피부로 느껴질 때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어요. 떠나보낸 사람을 따라갈까? 그럼 편안해지지 않을까? 나쁜 생각을 했던 거 같기도 하고요.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마음을 쏟던 대상과 영영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여전히 말만 들어도 고통스러워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건지 신을 원망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잘 이별하고 보내주는 법은 누구에게 배웠어야 할까요? 왜 아무도 내게 이별이 이만큼 아픈 것이라 알려주지 않았던 건지. 목적지 없는 분노를 쏟아내길 수차례 반복한 날도 많았습니다.

누구나 겪지만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이별하는 방법. 마음이 준비가 되어있는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살아있다면 어떻게든 맞이하게 되는 이별. 저는 그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어요. 대상이 나를 크게 채우고 있었거나, 갑작스럽게 떠났을수록 더요.


잘 보내주는 법은 사실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앞서 말했든 그런 방법을 배운 적도 없죠. 영영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아무리 마주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중에 하나라고 느껴져요. 그렇기에 저의 마음이 왜곡되어,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팠던 일을 징징거리는 것으로 보이진 않을까? 많이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보시다시피 ‘그래도 써야 한다’ 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가올 이별에 대한 준비를 일찍 시작할수록, 비슷한 상황을 엿본 경험이 많을수록 나의 이별을 맞닥뜨렸을 때 덜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시절 부모님께 버림받은 기억, 아버지의 자살, 키우던 반려어의 돌연사 등 대비할 수 없는 죽음과 그에 따른 이별은 늘 존재하고, 평생 남 일이라고 생각한 일이 순식간에 내 일이 되기도 해요.

경험한 사람이 적어 공감받기는 힘들지만 아프긴 엄청 아픈 일들을 여럿 마주한 저는 항상 위로가 필요했어요. 나만 이별이 이렇게나 아픈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너무나도 궁금한데.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경험한 것들을 풀어내자 다짐할 수 있었어요. 위로를 기다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전해야겠단 용기가 생겼습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해요. 읽고 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더욱 제 아픔을 더욱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요. 이별을 겪은 사람들에겐 위로를, 앞으로 겪을 사람들에겐 아픈 순간 떠올릴만한 글이 되길 바라면서요.


나름 많은 것들을 경험했으니 이제는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제가 겪어온 이별 이야기들을 모았습니다. 누군가에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이미 이별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위로를,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파가 큰 이별도 있다는 사실을. 이런 헤어짐도 이별이라 할 수 있겠구나. 공감하고 생각해 보게 만들어줄 이야기들을요.




글을 쓰고 많은 사람 앞에서 솔직할 수 있다는 사실은, 또 한 번 저를 행복하게 하고, 가끔은 되려 위로가 되어 주네요. 저의 숨김없는 이야기가 상처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되어주길.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어주길 작게나마 바라며, 이 글을 읽게 될 당신에게 ‘내가 만난 모든 이별의 모음집’을 선물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