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로 May 23. 2024

내 모습이 흉측해 보여.

외모에 관한 강박을 견뎌내려고 발버둥 쳤다.

교회 언니와 만나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밖에선 잘 웃다가 집에 들어와선 억지로 먹은 걸 토해냈다. 답답하고 괴로우면 억지로 먹은 걸 토해낸다. 그렇게 하고 나면 그나마 속이 편해진다. 요즈음 살이 찌는 것에 강박이 생겼다. 좀 더 말랐으면 좋겠어. 좀 더 예뻐졌으면 좋겠어. 그런 생각들이 나를 옥죄어왔다. 꾸역꾸역 먹고 꾸역꾸역 토하는 날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내 외모와 몸무게에 집착하게 되었다.


거울 속 나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아주 혐오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거울 속 나의 모습은 일그러지고 흉한 덩어리 같았다. 저 끔찍한 얼굴이 나인가? 볼을 쭉 잡아 내렸다. 이런 눈 코 입을 가진 내가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나를 집어삼킨 생각은 제법 오래 나를 괴롭혔고, 늘 우울한 이야기를 하던 작은 공간에 많은 것을 적어 올렸다가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 계정 자체를 없애버렸다. 나의 우울을 공개적인 장소에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쏟아내도 되는 것인가? 고민을 오래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 끼치기 싫어졌다. 우울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적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꾸 타인의 걱정을 통해 내 존재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남들이 많이 걱정해 주면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았다. 그리고 아무도 내 상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스스로 나를 깎아내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 나도 고치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새벽의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데 당장 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많은 것을 망치고 있다는 확신이 잠을 이룰 수 없게 만든다. 지금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내 우울에 지쳐 나를 떠날 거 같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더 이상 모르겠다. 나아지고 싶은데 나아진 상태는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내 삶에 의지를 불태우는 그런 상황에 내가 다다를 수 있을까? 나를 믿어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들이 그저 부담되고 무섭기만 하다. 나는 나아질 수 없으니 저 사람들의 기대가 조각조각 날까 봐, 계속 나를 채찍질하게 된다.


충동적으로 식욕억제제를 구매했다. 자기 관리를 너무 못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없다면 약의 힘을 빌리겠노라 다짐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흉측하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다. 한 번 들어온 생각은 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속이 쓰리다. 마음이 아픈 건지 게워낸 후 빈 속이 아려오는 건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팔도 쓰라리고 정신도 혼미하다. 게워내고 나면 가끔 헛걸 듣는다. 이제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정신병자가 되는 거 같아 무섭다.


나도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애정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오늘도 무한한 감사를 보내며.

작가의 이전글 우울증 환자끼리 친해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