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로 May 21. 2024

우울증 환자끼리 친해진다는 것.

그게 너에게 도움이 될까? 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애인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같이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사람이 조만간 한 번 보자는 연락을 보내왔다. 자연스럽게 약속이 잡힐 거 같다고 알렸는데, 애인에게서 돌아온 질문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만남이 네게 도움이 될까? 정말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마음이 아픈 사람이 여럿 만나면, 그게 내게 도움이 될까?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문득 나도 의문이 들었다. 만나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되나? 짧은 생각 후 내가 내뱉은 답은 ‘만나는 게 나에겐 꼭 필요하다’였다.


이유를 들어보자면 대부분 내게 이익을 주는가에 따라 사람을 사귀진 않는다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로는 내 주변에 나의 우울감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이 가라앉는 상황에 이르곤 한다. 그러나 우울함을 느끼는 것과 우울증을 앓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감사하게도 힘들 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하니 위로를 건넬 뿐, 이유 없는 두려움이나 혼란스러움, 문득 드는 충동들을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고회로가 완전히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외로워지곤 하는데,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거나 같은 생각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느껴지고, 서로 어떻게 이겨내고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나누기도 하며 힘을 얻는다. 여전히 힘들더라도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는 게 큰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우울증을 앓는다고 해도 만나서 감정에 빠져있기만 하진 않는다. 그냥 다들 그렇듯 밥 먹고 놀고 카페에 간다. 술자리도 갖는다. 그저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애인뿐만 아니라 주변 많은 사람들이 ‘너는 가만히 있어도 우울한데 왜 자꾸 비슷한 사람을 만나? 밝은 사람들 만나서 힘도 좀 얻고 그래!‘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밝은 사람들 곁에 있을 때 나의 우울함이 더욱 체감되곤 한다. 원래 빛 옆의 그림자는 더 짙게 느껴지는 법이다. 밝게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도 자신만의 슬픔이 있겠지만)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도 종종 받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아픔을 가졌고, 또 입원기간 동안 같이 먹고 자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 이 사람들을 사랑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날들이 평온하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돈이 없는 게 그리 서러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