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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로 Jun 02. 2024

우울증이 아니라 조현형 성격장애요?

나는 매일 정신과 약을 먹는다. 당연히 우울증이라 생각해 무슨 약을 먹는지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처방전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F21부터 F23까지 질병코드가 적혀있는 걸 알게 됐는데,. 인터넷에 검사해 보니 각각 조현형 성격장애, 지속적 망상장애, 급성 및 일과성 정신병장애 총 세 가지의 질병코드였다.


뉴스에서 약을 챙겨 먹지 않는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시건을 자극적으로 다루니 우리 사회에서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 제대로 살아갈 순 있나? 싶어졌다.  사실 나만 봐도, 절대 내 일이 되리라 상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초조했다. 인터넷에 여러 단어를 검색해보았지.  조현‘성’ 성격장애와 조현’ 형‘ 성격장애 중 후자가 더 조현병에 취약하다는 결과만 얻게 되었다. 열심히 찾은 보람이 없었다.


물론 약을 꾸준히 먹으면 괜찮을걸 알지만, 그래도 조금 두려웠다. 환시와 환청, 환촉을 이미 느끼고 있었고, 시시덕거리는 사람들이 혹시 나를 두고 속닥거리는 게 아닐까? 내 옷이 이상한가?’ 생각하던 내 모습도 떠올랐다. (나는 모든 사람이 속으로 그런 걱정을 하는 줄 달았다).

증상들을 꼼꼼히 적어 의사 선생님께 진료받으러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병명을 제대로 알고 나니 나아질 수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약을 끊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시도하지 않을 생각도 함께.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내 피부에 벌레가 기는 거 같고, 가끔 헛것을 보기도 한다. (현실인지 망상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인형이 분명 손을 흔들었는데 나에게만 현실이라니. 세상과 멀어지는 거 같았다. 하도 세상을 회피하다 보니 내가 나의 내면에 빠진 거 같았다.


마음정리를 한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걱정과 놀람을 이유로 남자친구를 만날 때까지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숨기면 안 될 거 같아 병명과 상태에 대해 빠짐없이 이야기해 주었는데,


“약 잘 먹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며 위로해 주었다. 그래서 조금은 용기를 얻었던 것도 같다.


남 일이라고만 생각하던 조현증상이 내게도 찾아왔다. 16~30세 사이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얼추 시기가 맞는 거 같다 생각했다. 나는 아빠도 조현병이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아픔들이 내 동생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아파도 내가 아프지 동생이 아팠으면 더 마음이 찢어졌을 거다.


두렵지만 글을 쓸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꿈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나의 꿈을 잃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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