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을 믿기에 치대고 징징댔다. 물론 힘든 날이 많아서 제법 자주 힘들게 만들었던 거 같다. 집에 혼자 걸어가던 어느 날, 계속 이렇게 행동하면 상대방이 헤어지자 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럴 거 같은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내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알지만, 어느 부분을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안 좋은 경험들과 부정적인 생각을 평생 해오다 보니 내가 이렇게 불안한 사람으로 굳어진 건데. 이제 와서 위태롭지 않게 만든다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곤 했다. 보고 자란 게 삐뚤어졌으니 나도 닮아갈 수밖에.
애인과 가끔 서로의 의견을 이야기할 때면 서로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무조건 존재했는데, 우리는 살아온 배경이 너무 달라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결론 내렸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사랑하는 관계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필요한 게 달랐다.
나는 사랑의 언어와 확신을 바랐다. 곁에 동생 말고는 마음을 활짝 연 사람이 애인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이 자꾸 필요했다. 사랑한다 말하며 통수치고 떠난 사람이 많아서 그랬던가. 애인이 나를 떠나지 않을 거란 확신을 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물론 24시간 붙어있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다. 각자의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낼 때면 나는 정말 불안했다. 떨어져. 있는데도 징징대는 건 너무 미안해서 연락하길 참았지만, 물론 오래가진 못했다. 한두 시간 정도 참다가 결국 문자를 보낸다.
우리는 이런 내 상태를 ‘의존’이라 이름 붙였다.
솔직히 처음엔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내가 좋아서 하던 행동들이 상대방에겐 폭력처럼 다가갔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내가 의존한다니. 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할까? 뒤틀린 관계만 보고 경험한 나는 건강한 연애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애인과 웃으며 시간을 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그 뒤에 찾아올 우울은 더 큰 모습으로 자라고 있지만, 그럼에도 애인이 “잘 노력하고 있네” 한마디 말만 해주면 그게 그렇게 기뻤다. 마치 내가 밑 빠진 독이 되어버리고 오빠는 계속 사랑을 퍼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채워질 기미가 없는 독을 보며 얼마나 지치고 힘들까.
잘 모르겠다. 생각을 멈추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