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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로 Jul 29. 2024

모든 관계가 끊어지길 기도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왜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고자 기도했냐 하면,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늘 내게 반가운 얼굴로 인사해주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나의 내면을 보게되면 더 이상 나를 가까이 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일었다. 나를 지탱해주던 수 많은 관계들이 나를 떠나가기 전에 홀로 서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점점 나라는 사람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말을 듣고 망상이다, 네가 정서적으로 불안해서 그렇다, 남들이 다 너 같지 않다. 다들 별 생각 안 하고 있을거니까 걱정마라. 떠들곤 했다. 염려인지 비꼬는건지 모를 말들을 들으며 맘을 진정해보려 해도 시기가 시기인지라 한번에 아픈 일들이 몰려오며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자살시도 후 정신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심심하고 지루할 것 같은 병원생활은 신기하게도 내게 안식이 되었다. 보호자와의 트러블이 가장 힘들어 금방 나오게 되긴 했지만, 우선 핸드폰이 없어서 병원 밖의 사람들과 소통할 창구가 없었다. 덕분에 펜과 노트를 끄적거리며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도 그 노트를 뒤적거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불안할 때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글이 수두룩하지만, 그 때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고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시도를 했을지도 모른다.


외면하고 싶고 아무도 필요없을 같던 시기를 지나고, 당장의 감정보다 한발짝 뒤로 떨어져 나를 위로해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걸 알게 되기까지 가장 가까운 애인이 노력해줬고 친하게 지내던 교회 사람들도 나를 붙들어주었다. 글에서 몰래 감사인사를 드린다.


두려워하며 내 곁에 아무도 없길 바란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 타인을 밀어내고 있었구나. 이걸 알기까지 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모든 관계가 끊어지면 좋겠다는 기도를 멈췄다. 대신 모든 관계를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허락하신 관계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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