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문득 아빠 생각이 났다. 밑도 끝도 없이 들이치는 생각은 하던 일을 멈추고 눈물을 참게 했다. 아빠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이 무뎌졌다 생각했는데 이제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받지 않는다는 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거 같다.
‘일이나 열심히 하지 잡생각이나 하고 있네’ 속으로 생각했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거울을 보고 심호흡을 몇 번 했다. 너무 고뇌했는지 공황증상이 오더라. 그런 와중에도 아빠를 그리워하는 생각들은 계속 나를 덮었다.
죽은 사람을 속에 품고 살아가면서 기억해 주는 것이 아빠를 마음속에서라도 살아있게 한다던 의사 선생님 말이 생각나더라. 내 속에 있는 아빠는 뭐가 불만인지 내 마음을 힘들게 만들지만 그래도 나는 뒤늦게나마 아빠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견딜 수 있다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모자란가보다.
내게 연락하고 싶다 부탁하던 아빠, 그리고 번호를 주지 않는 사람들. 이젠 아빠에게 물어볼 순 없지만 마지막 순간에 내가 많이 생각났나 보다.
이제 나도 조금은 견딜 수 있으니 아빠도 편히 쉬길 바란다. 꿈에라도 가끔 나와주면 좋겠는데 1년 내도록 안 나와주니 섭섭하다. 죽어서도 미안해서 날 못 보겠다는 아빠는 정말 내 앞에 나타나주지 않을 건가 보다.
휘몰아치는 생각을 멈추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아빠를 마음속으로 추억하지만 할 일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