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녔고, 신기하게 가는 곳마다 근처에 교회가 있어 신앙생활을 멈추지 않았다. 작은 교회에서 율동 담당을 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섬길 수 있는 것을 섬겨왔었다. 물론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새로운 생활이 걱정되면서도 은근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내 기대는 모조리 무너져 내렸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경쟁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맹리같이 발표자료를 만들고 발표해야 하는 수행평가들도 점점 부담이 되어 갔다. 그 시기에 아빠의 잦은 선화로 이미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였는데, 나는 고등학교 공부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자퇴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자퇴한 친구에게 조언도 구하고 내가 어떻게 지낼 것인지 나름대로 계획도 하며 A4용지 5장을 빼곡히 채웠다. 물론 내가 살던 보육원 원장님께서는 가장 앞 장을 흘깃 보시더니 필요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휙 던져주셨지만.
그때부터 늘 선생님들은 나만 적응하지 못한 거라고 이야기하셨다.
네가 이상해서 그래
네가 별나서 그래
다 적응하는데 왜 너만 적응을 못 하니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뭐라 대답해야 하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정신 차리라는 말들인 거 같긴 했어도 그 말들이 나를 콕콕 찌르게 되었고 그날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한다고 배웠는데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 일들을 허락하시는 게 이해되지 않아요. 저도 이제 믿고 싶지 않아요"
내 나름의 선언이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허락하셨다고 생각하니 갈 곳 없던 분노는 하나님께서 향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교회에 가지 않았다. 교회 가라는 선생님의 말에 이부자리에 누워서 배 째라는 식으로 가기를 거부했다. 하나님과의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뭐 결국은 성인이 되어 다시 예배의 자리로 불러주신 하나님과 화해(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하게 되어 교회를 잘 다니고 있다.
누군가 내게 고등학교 시절을 후회하냐 물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했다고 생각하고, 그때의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이별이라는 주제보다 재회라는 주제가 더 어울릴법한 내용이지만 어쨌든 적어보았다.
앞으로의 날들은 조금 더 평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