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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로 Aug 29. 2024

원래 너울치며 나아지는거래

우울한 감정에 휘둘리는게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했다. 거듭될수록 내가 나아질 수 있긴 한건지 애초에 우울하지 않는다는게 가능하긴 한건지 이젠 내 기질 자체가 우울하기를 타고난건지 헷갈릴 지경에 이르렀다. 불안하고 조금은 체념한 마음을 안고 병원에 방문했고 요즘 어떠냐는 의사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영원히 나아질 수 없을것만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 불안함을 이해한다는 듯 의사 선생님은 이야기를 들으시며 끄덕거리시더니 종이와 펜을 꺼내어 파도처럼 계단처럼 생긴 물결을 그리셨다. 


"이게 뭐 처럼 보이나요?"

"점점 높아지는 파도 같아요"


의사 선생님은 솟아있는 부분은 좋은 컨디션의 상태, 푹 꺼져있는 부분은 우울한 상태라 말씀하셨다. 나아지는 과정 속에서 두 상태가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하시며 그저 지금의 상태는 나아지는 과정 속에서 잠깐 가라앉은것과 같다고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하시며 나를 다독거려 주셨다.


그 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나도 나아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안도의 눈물이었나. 상담 받는 동안 계속 훌쩍이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6년째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힘들어 모든걸 포기하고 싶어지면 나는 꼭 의사 선생님께서 그려주신 파도같이 생긴 그림을 떠올리곤 한다. 떠올려보자면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보다 조금은 더 나아졌을거란 믿음을 가지게 된다. 우울한 내 모습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폭풍우 치는 바다도 언젠가 잔잔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나. 내 우울함도 언젠가 잔잔해지길 바라고, 이 작은 이야기로 위로 받는 사람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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