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함께 사역하는 사람들과 능소화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봄엔 라일락 꽃을 따라다니며 어쨌든 봄은 살아내야겠다 생각했는데, 여름은 능소화 꽃을 따라 살아야겠다.
정말 숨 막히게 더운 여름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작년까진 일을 다니며 에어컨 바람 밑에서 생활하느라 잘 몰랐는데, 그래 여름은 이렇게나 더웠구나 새삼 생각했던 거 같다. 고등학교에 다닐 땐 학교 안에서, 20살이 된 이후엔 칩거 생활을 하며 보낸 여름을 맞이하니 호되게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나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는 사람인가 생각하며 혼자 웃기다 생각했다.
늘 공동체가 어려웠는데 함께 능소화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느낀 것은, 조금씩 내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것. 그래서 안도감이 들었던 거 같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고 소중하게 여길 사람들이 늘어나서.
올해 여름, 숨 막히게 더웠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