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7-펫로스,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때때로 실수를 저지르며 최선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_켄 돌란&낸시 색스턴,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p161
"그땐 뭐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뭘 해드려야 할지 몰라서..."
이쁜이가 강아지별로 떠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수의사 선생님과 다시 마주 앉은자리에서 들은 말이었다.
또다시 이어진 응급입원 후에 크게 한 번, 두 번의 고비를 넘기고나서 높아져가는 혈중 나트륨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수액처치를 해보기로 했던 날, 갑작스레 이쁜이의 호흡이 멈춰서 CPR을 하고 있다는 전화에 부리나케 달려간 병원에서 우리는 결국 녀석과 이 땅에서의 이별을 해야 했다. 이쁜이를 품에 안고 떠나는 내 손에 주섬주섬 이것도 가져가시라며 주치의 선생님은 작은 책 한 권을 쥐어주셨다.
나: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녹색의 동물들 그림과 빨간 발도장이 군데군데 찍힌 표지를 가진 귀여운 책이었어. <반려동물을 잃은 반려인을 위한 안내서 The Pet Loss Companion>
너: 책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되었어? 애도의 시간을 보내며 상실을 받아들이는데 말이야
나: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연대감이 주는 위로. 같은 길을 걸어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내가 겪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감정도,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후회도 다 받아들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나도 함께 걷는 동반자, Companion이 된 것만 같은.
너: 어떤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
나: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잘 뛰어놀다가 갑작스레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 만에 눈을 감은 토끼를 안고 슬퍼하는 꼬마 이야기. 오랜 친구인 반려견이 나을 것을 기대하며 안락사 제안을 거절하고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급격한 상태 악화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무엇이 정말 옳은 선택이었던 걸까, 적절한 처치를, 보다 현명한 판단을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자책하는 이야기.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후회와 질문을 반복하는 이야기.
그 처치가, 그 방법이, 그 시기가, 그 타이밍이, 안락사를 하는 것이, 또는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을까? 좀 더 신중하게 좀 더 오래, 아니 좀 더 신속하게 좀 더 빨리...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결국은 이 모든 것을 겪은 '지금의 나'였다면 '그때의 너'를 살릴 수 있었지도 모른다는 비애가 느껴지는 이야기들.
아, 그래. 어쩌면 내 이야기 같아서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너: 후회와 죄책감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원인을, 탓하고 규명할 것을 어떻게든 찾아내려는 노력의 다른 모습이 아닐까?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상실의 고통이기에.
나: 책에서 말한 것처럼 상실을 통해 교훈을 얻기 위해서?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교훈을 얻는다 한들, 돌이킬 수는 없지. 그래서 계속 반추하게 되는 거야.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이랬으면 결과가 달랐을 텐데. 저랬으면 이런 일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교훈을 얻는 것 같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게 되지.
너: 반추는 우울을, 그리고 우울은 반추를 서로 심화시켜. 빠져나갈 구멍 없이 서로 연결된 띠처럼.
그 트레드밀 위에서 계속 달음박질하다 보면 소모되고 말지. 희망과 기쁨, 또 다른 미래를 꿈꿀 기회.
나: 그 고리 위에서 내려오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한계를 가진 존재임을, 그렇기에 상실이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거였어.
헤어짐(죽음)이 살아감의 일부임을 인정할 때,
그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거나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반복적으로 휘몰아치는 자책을 멈출 수 있도록, 비탄에 빠진 마음의 치유를 도와준다는 조언이 춥고 시린 날 포근하게 어깨를 감싸주는 담요처럼 나를 끌어안았다.
인생을 함께한 코카스파니엘 노견을 떠나보낸 가족이 큰 상심 속에서도 사촌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싶어 떠난 여행길에서, 이미 감정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자신들을 위해 일정을 밀어붙이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했다는 이야기에, 나는 이미 차가운 비애에 잠기기 쉬운 이 시절에 나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책 속의 짧은 질문에 잘 대답하고 싶어서 이기도하다.
"세상을 떠난 당신의 반려동물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