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기 싫은 일을 내일로 미뤄도 괜찮은 합리적 이유
[감정 물리학 제 5 정리]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를 비교해 본 일이 있는가?
그 둘의 미묘한 어긋남을 느껴 본 적 있는가?
‘어제의 나’라면 하지 않을 일을 ‘오늘의 나’가 수행하고,’ 어제의 나’라면 하지 못할 생각을 ‘오늘의 나’는 과감히 사고한다.
과학적으로 또 심리학적으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둘은 동일한 신체를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꽤 많은 기억을 공유하지만, 100% 동일한 개체라 판단할 수 없다. 다음과 같이 그것을 논증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대략 30조 개로 추산된다. 그중 하루 동안 죽고 새로 태어나는 세포는 약 3,300억 개, 전체 세포의 1.1%가 매일 교체되는 셈이다. 시간으로 따지면 1초당 약 380만 개의 세포가 실시간으로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더구나 인간의 두뇌는 숙면을 취할 경우 이전과 이후가 확연하게 다른 상태를 보인다. 깊은 잠에 빠지면 뇌세포 사이의 간격이 평소보다 60% 정도 벌어지고 이때 척수액이 뇌 조직 사이를 강력한 수압으로 밀어내듯 흘러가며 낮 동안 쌓인 독성 단백질(찌꺼기)을 씻어낸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오래된 캐시 메모리를 삭제함으로써 시스템의 효율을 높인다.
이밖에도 뇌는 잠자는 동안 중요하지 않은 시냅스 연결을 끊어버린다. 다시 말해 쓸모없는 메모리(기억)를 연결 해제한다. 하드디스크 조각모음과 비슷하다.
따라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동일한 신체를 사용한다고 할 수 없고, 동일한 두뇌를 쓰고 있지도 않다.
IT 시스템에서 상태(State)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름이다. 인간의 의식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인식체계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변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인식도 강물에 담겨 있는 것처럼 언제나 새로운 경험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인간 의식의 상태값은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한다.
어제의 의식에 새로운 경험을 합쳐야만 오늘의 의식이 된다. 이러니 '어제'와 '오늘'의 의식 상태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새로운 로그(log)가 쓰였는데 어떻게 같은 시스템이라고 우길 수 있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셋이 다르니 그 둘의 의식 구조가 차이 나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물리학적으로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는 '시간의 화살'이 지나갔다. 또한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나’의 환경을 구성하는 우주의 엔트로피도 어제보다 증가했다. 오늘의 나는 그 무질서도(엔트로피)에 저항하며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시간 축을 포함한 4차원 시공간 모델에서, 어제의 좌표에 찍힌 '나'와 오늘의 좌표에 찍힌 '나'는 물리적으로 점유하는 공간과 시간이 다른 별개의 사건(Event)이다.
위의 논증에 따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별개의 개체임이 증명됐다.
이로 인해 우리는 상당히 유익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일단 어제의 내가 한 실수나 잘못에 대해 오늘의 내가 괴로워할 이유가 없다. 타인의 관점에서 둘은 같은 ‘나’이니 사회적 규약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 죄의식이나 부채감은 가질 필요가 없다. -어제의 내가 저지른 사회적 물의에 대해 오늘의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비슷한 논리에서 오늘 하기 힘든 일은 '내일의 나'에게 전가하면 된다. '오늘의 나'는 지금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까지만 해결하면 된다. 그 이상은 '내일의 나'에게 미뤄라.
가끔 내가 왜 이러지? 난 이런 사람 아닌데, 같은 인지 부조화 문제도 해결된다. 어제의 결심은 어제의 내가 한 결심, 오늘의 나는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니다. 그러니 다른 결심을 하는 것을 허락하자.
예를 들어 어제의 나는 ‘가족을 위해 살자’라고 결심했다면 오늘의 나는 ‘가족도 내 인생의 부분이다’라고 좀 더 이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괴로워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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