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가 Aug 29. 2023

식단이라는 이름의 집착

급식 먹는 시절을 지나 내 먹을 것을 스스로 결정할 선택권이 생기자 다이어트에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대학 가면 살이 빠진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으며, 잘 먹고 잘 운동하면 건강한 근육돼지가 된다는 걸 알아버린 후, 식이요법으로 눈을 돌렸다.


덴마크 다이어트, 아이유 다이어트, GM 다이어트, 아델 다이어트 등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의 기간 동안 식단을 지키면 몇 kg는 쉽게 빠진다는 다이어트방법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방학이나 여행을 앞두고 빠르게 감량이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는 친구들과 잘 먹으며 술도 마시고 놀다가 감량기가 되면 식단표에 따라먹어도 될 음식과 먹지 못하는 음식을 구분했다. 아침에는 사과를 먹고, 점심에는 닭가슴살 샐러드, 저녁은 현미밥 반식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닭가슴살, 달걀, 야채, 고구마를 얼마나 먹어댔는지 모르겠다.  다이어트를 2주 이상 하는 시기에는 치팅데이도 꼼꼼하게 챙겼다. 못 먹고 스트레스받으면 더 안 빠지니까 하는 합리화였다.


급하고 확실하게 살을 빼고 싶을 때는 GM다이어트를 했다. GM 다이어트는 첫 삼일은 과일과 야채만 먹고, 4일째는 바나나, 5일부터는 닭가슴살, 현미밥 등을 먹는 다이어트 였는데, 시도한 식이요법 중 가장 효과가 좋고 위장이 줄어드는 느낌이라 매해 적어도 2번은 했었다. 효과가 좋은 만큼 일주일간은 정말 다른 것 외에 저 음식들만 먹었어야 했기 때문에 이것만 끝나면 먹고 싶었던 것을 모조리 먹어주리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그러다가 또 찌면 다시 GM을 하면 되니까. 다이어트 결심할 때는 끝나고 먹을 맛있는 음식들에 사로잡혀 있었고,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날까지는 '내일부터 다이어트할 거야'라며 또 눈앞에 있는 음식들을 먹었다.


'한 끼는 괜찮아' '주말에는 좀 먹어줘야지'라는 주변의 소리들과 스스로의 합리화에 무너지기를 여러 번.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 음식에 대한 갈망은 커져만 갔다. '못 먹으니까' 더 원했고, '지금은 안되니까' 참으며 기다리는 패턴이 습관화되었다. 매일의 식단을 하고 눈바디 체크나 체중을 확인하면서 살이 빠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다가도 다이어트가 끝나면 먹을 음식에 대한 생각은 집착적으로 변해갔다. 살이 빠져 있어야 하는 기간은 한정적인데 반해, 무언가를 못먹는다는 허전함은 계속되었다.


뿌듯함과 허기짐이 공존하는 상태. 다이어트가 끝나고 먹는 음식들은 갈망과 허기를 빠르게 채워주었다.


'와, 이 맛을 어떻게 포기하지.'


살을 빼고 나면 돌아오는 즉각적인 보상에 취하기도 잠시. 더없이 달콤한 식사시간을 지내고 나면 밀려드는 후회와 죄책감에 휩싸였다.


'얼마나 먹은 거야. 이거 또 빼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계속해서 반복되는 절식과 과식. 더 이상 나는 나의 이상적인 몸상태를 위한 다이어트가 아닌 음식을 먹기 위해 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먹고싶은 마음과 먹고나면 불편한 마음. 그 두가지의 마음속에서 갈팡질팡하며 헤매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르지 않은 몸에 대한 혐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