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반 연어반인데 연어 낚시에 실패하는 이유.
캐나다에 연어가 돌아왔다.
연어가 돌아온 강은 그야말로 물반 연어반이다
바다에서 살던 연어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다. 매년 비가 많이 와서 레인쿠버라고 불리는 밴쿠버인데 이상하게 올해는 비가 거의 오질 않고 있다. 강이 말라 갈 길이 없어져도 연어는 깡으로 얕은 강바닥도 거슬러 올라간다.
물이 없어 몸이 절반이나 드러나도, 바닥돌에 긁혀 온몸에 상처를 나도 열심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강물이 말라버리니 한편으론 연어잡기가 수월해진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연어낚시에 성공하기란 매우 힘들다.
우선, 연어는 강에서 먹이를 먹지 않는다. 알을 낳을 동안 안전을 위해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 연어를 낚을 미끼가 없다. 하지만 유일한 미끼가 있다. 바로 연어알이다. 연어는 먹이는 먹지 않지만 눈앞에 연어알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몸 안에 숨기려 입을 벌린다. 그래서 연어를 잡을 유일한 미끼는 연어알 모양의 핑크볼이다.
두 번째로 연어 낚시 전용 바늘이 있다. 양쪽으로 고리가 있는 것이 아닌 연어 몸부림 몇 번이면 금방 빠져버리는 단순한 모양의 바늘이다.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 연어에게 도망 칠 기회를 주기 위해 연어전용 낚싯바늘을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연어가 낚시 바늘을 물어도 몸부림 몇번이면 쉽게 낚싯대가 풀리기도 한다.
세 번째로 연어가 정확하게 낚싯바늘을 입으로 물어야 한다. 낚싯바늘이 연어의 꼬리나 지느러미에 걸리면 지상까지 끌어올리더라도 바늘을 빼고 풀어주어야 한다.
네 번째로 연어 낚시 라이선스가 있는 사람만 낚시가 가능하다. 일정 비용을 내고 일 년 라이선스를 구매 후 1일에 2마리만 낚시가 가능하다.
다섯 번째로 강이 얕아서 연어가 훤히 보여도 손으로 잡거나 뜰채로 떠서 잡으면 불법이다. 오로지 연어 전용 낚시 바늘을 이용해 정확히 연어가 입으로 낚시 바늘을 물고 사람이 지상까지 끌고 올라온 경우만 정상적인 연어낚시로 인정된다.
그 외에도 낚시가 가능한 연어 종류도 매년 달라지고 연어 낚시에 성공해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구역이 매우 한정적이다. (많은 구역이 잡고 바로 놓아줘야 하는 것으로 제한되어있다) 어렵게 잡은 후 연어를 현장에서 손질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 많은 규정이 잘 지켜지는지 사복경찰까지 틈틈이 돌아다니니 아무리 물반 연어반이어도 실제 연어 낚시에 성공하기란 쉽지가 않다.
캐나다에 왔으니 연어낚시를 해볼까 설레던 것은 복잡한 낚시 방법과 규정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아, 이건 잡지 말란 이야기구나.’
연어는 캐나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캐나다 곰들은 늦은 가을, 배불리 연어를 먹고 겨울잠 채비를 할 수 있다. 곰 외에도 독수리, 늑대, 새들도 연어 덕분에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캐나다 동물들은 연어 덕분에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고도 무사히 겨울 채비를 끝낼 수 있다. 또 알을 낳고 죽은 연어들의 사채는 캐나다의 나무를 더 울창하게 만들어준다. 실제로 매해 연어 회귀 수에 따라 캐나다의 숲의 규모가 달라진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집을 나무로 짓는 캐나다에서 나무는 중요한 산업 자재이다.
울창해진 나무들은 연어가 돌아오는 늦가을에 수많은 낙엽을 강에 떨어트린다. 강에 떠다니는 낙엽 아래에는 연어새끼들이 숨어 살며 몸집을 키우고 다시 바다로 떠난다. 죽은 엄마아빠 연어는 이렇게 연어 새끼들이 숨어지낼 낙엽으로 다시 태어나 새끼들을 지켜주는 것이다.
실제 캐나다에서 연어 낚시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거대한 몸으로 점프까지 하며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