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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영 May 17. 2024

추억할 수 있음이 감사

지난 며칠 전, 편하게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


그 밤은 또 날씨까지 썩 맘에 들어 집까지 걸어가는 길을 잡았는데 마침 어릴 적 내가 살던 빨간 벽돌집을 지나가게 되었다. 엄마는 그 집이 결혼 후 세 번째 집이라고 하셨고, 내가 태어나서는 두 번째 집이라고 하셨었다.


 대문옆 담을 따라 조금 들어오면 막다른 길에 놓여있는 전세방

민트색 페인트 칠을 한 나무문을 열면 시멘트바닥의 부엌이 있고, 큰 방이 하나 있던 집이었는데, 벽에는 다락으로 올라가는 갈색 나무문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언젠가 엄마에게 그 집의 구조를 얘기했더니 네가 세 살 때인데 어떻게 기억하냐고 놀라워하셨었다.


 아무튼 그 집에서 살 때, 어느 날 엄마가 그 민트색 문을 열고 문지방에 걸터앉아 나를 무릎에 앉히시더니 저기, 저기, 하늘을 보라고 했던 기억.


 그 저기 저 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불빛들

수없이 터지고, 없는 것 같은데 생기고,

생겼는데 사라지는, 밝고, 뜨겁고, 따끔거릴 것 같은 점들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질까 봐 두 손으로 감싸던 기억도 나는 밤

오늘처럼 적당히 한산했고 불꽃놀이를 보기 좋은 깜깜한 밤


다세대 벽돌집 앞으로 새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벽돌집의 세입자들은 재개발이 되지 않음을 나처럼 고마워하고 있으려나.


 좀 늦은 밤이었는지 골목길을 지나오는 한참 동안

저녁상을 차리거나 물리는 소리, 두런두런 말하는 소리는 한 개도 들리지 않고, 내 발자국 소리만 들렸다.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곁에 있음이

매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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