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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팡동이 Apr 02. 2023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땅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칠레





고비의 밤하늘을 보기 전까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본 밤하늘이었다. 사막의 밤은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추워졌고 또 어두워졌다. 우리는 핸드폰 불빛을 위로삼아 크고 높은 둔덕 사이 난 길을 가로질렀다. 거대한 코끼리 무리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두렵고 무서웠는데 그런 떨림이 이상하게 좋았다. 


 

아타카마 사막은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땅이라고 했다. 그리고 난 그 건조한 땅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취를 참 좋아했다. 


어느 한 곳에서 별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사막을 걸으며 별을 관측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오묘해졌다. 

후에 영화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타카마 사막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장소는 아니었다. 피노체트는 독재 정권 때 무고한 시민들을 많이 죽였고, 정부는 그들의 유해를 사막에 뿌렸다고 했다.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그리고 아직도 그곳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유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들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아타카마 사막은 내게 별을 찾는 사람들과 유해를 찾는 사람들의 장소가 되었다. 그 둘의 같은 점은 무엇이고, 또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을 구분짓는게 의미있긴 한 것일까. 뭐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새벽은 금방 지나갔다. 



칠레를 여행하면서는 이상하게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 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페루나 볼리비아처럼 나라 자체가 엄청나게 특색 있다거나 어마어마하게 좋은 경험들로 가득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장 편안했다. 칠레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 역시 좋았다. 




가끔씩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쫓으며 사는 사람인지. 무엇을 찾으며 나아가고 있는지.  뭐 그런 생각들...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그 끝에 아타카마 사막이 떠오른다. 풍선처럼 두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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