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팡동이 Jan 29. 2022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산티아고, 칠레


늦은 밤.


구운 옥수수를 씹어 먹으며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외할머니를 생각했고, 외할머니는 내 입 안에서 한 올 한 올 터져나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리워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슬픈 일이어서 눈물이 났는데- 내가 그리워하는 것이 외할머니 자신인지 외할머니라는 단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갱년기의 엄마는 자꾸만 과거를 회상한다. 외할머니를 떠올리고, 외할아버지를 떠올리고 유년시절을 떠올리고 첫사랑과 청춘을 떠올린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게 정말 슬퍼서 종종 엄마의 기억을 방해하고 가로막는다.


     


더 이상 여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나도 변한 건가.  

  



***

[2011]

이전 09화 클라우디아의 아빠와 바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