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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ourney Apr 05. 2021

왕실이 인증한 트렌치코트, 버버리

클래식은 영원하다(3)

1961년에 개봉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60년 전의 영화를 보면서 오드리 헵번의 의상에 눈길이 간다.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은 지방시의 드레스도 멋있었지만,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도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이다. 극 중 '폴'의 역을 맡은 '조지 페파드'와 '홀리' 역의 '오드리 헵번'이 열연한 비 오는 날의 키스신은 버버리와 함께 더욱 빛났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년


전 세계인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은 당대 패션의 아이콘이었다. 2017년에는 오드리 헵번이 영화에서 입은 버버리 코트가 9만 2천 달러인, 한화 약 1억 원 이상에 낙찰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도 클래식한 디자인의 버버리의 트렌치코트는 패션의 정석과 같은 아이템이다. 버버리의 시초는 18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6년, 21세의 토마스 버버리는 영국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영국에는 비가 자주 내려 사람들이 레인코트를 입고 다녔는데, 레인코트는 무거운 소재라 불편했다. 토마스 버버리는 가벼우면서도 비에 젖지 않는 소재를 연구하고 도전했다. 수많은 실패도 있었지만 1879년, 그의 나이 40세가 넘어서 개버딘(gabardine) 원단을 개발했다. 새로운 원단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1888년에 특허까지 출원하였다.


버버리는 군인들이 전쟁에서 입을 군용 방수복을 공급하게 되면서 유명해졌다. 영국 국인들이 입던 방수복은 처음에는 허리 밴드로 앞자락을 여미는 '타이로켄(tielocken, 벨트가 달린 오버코트의 일종)'형식이었다. 방수와 방한에 좋은 개버딘 원단은 캠핑, 등산, 낚시 등의 레저스포츠 용품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인류 최초의 남극 탐험도 버버리와 함께였고, 세계 최초로 대서양 비행기 횡단도 버버리가 있기에 가능했다.


<출처: 버버리 공식 인스타그램>


인류 최초, 세계 최초의 기록마다 함께한 버버리는 2차 세계대전을 위한 군용 코트도 제작하게 된다.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더블브레스트(double breasted, 옷섶을 깊게 겹치고 단추를 두 줄로 단 상의나 외투) 스타일로 만들었고, 가슴 부분에 덧댄 건 플랩(gun flap)은 총 발사 시 몸을 보호하며 어깨에서 바로 비가 떨어지도록 했다. 손목 부분의 벨트는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세심한 배려가 들어가 있다. 버버리는 전쟁터에서 위험에 노출된 군인들을 위해 방수가 되면서도 가벼운 원단에 보호 기능까지 갖췄다. 수십만 명의 장교들은 버버리를 입고 전쟁에 나갔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코트를 평상복으로 계속 입으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얻게 됐다.


<출처: 버버리 >


군대뿐만 아니라 영국 왕실도 버버리를 인정했다. 1955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왕실 인증(Royal Warranty)을 받았다. 왕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임을 인증받은 버버리는 1988년에 키즈라인을 론칭하면서 또다시 인증을 받았다. 영국의 왕실뿐만 아니라 영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로서의 위상은 높아졌다.


<출처: 버버리>


물론 버버리 브랜드에도 위기가 있었다. 1990년대 초반에 라이선스(license)를 남발하면서 버버리 제품을 파는 곳이 너무 많아졌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을 입은 버버리는 뉴욕 삭스 피프스 에비뉴 사장, 로즈 마리 브라보에 의해 위기를 이겨내기 시작한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고, 버버리의 전통을 지키면서 영국 특유의 펑키 문화를 조화시켜 젊은 버버리로 변화시켰다.


로즈 마리 브라보를 CEO로 영입한 지 9년 만인 2006년, 안젤라 아렌츠가 새로운 CEO가 됐다. 그녀는 버버리의 모든 환경을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큰 일을 하고, 2014년에 애플의 부사장으로 이직했다. 안젤라 아렌츠가 떠나면서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버버리의 CEO가 되었고, 3년 뒤에는 마르고 고베티가 새로운 CEO로 부임했다(2017년). CEO들이 많이 바뀐 만큼 버버리는 디지털 환경에서 유동성 있게 변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출처: 버버리>


버버리는 로고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말을 달리는 기사가 'prorsum(진격)'이 쓰여있는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은 1901년부터 버버리의 로고였다. 'ESTABLISHED 1856', 1856년 버버리가 창립한 년도가  적혀있다. 버버리의 원래 명칭은  'BURBERRYS'였는데 여기에서  'S'가 빠진 'BURBERRY'로 브랜드 네임을 바꾼 건 1999년부터다. 그로부터 20년 만인, 2018년부터 바뀐 로고는 심플하다. 'BURBERRY' 로고 아래에는 'LONDON ENGLAND'라고 쓰여있어 영국을 대표하는 버버리를 상징한다.


<출처: 버버리>


1920년대부터 버버리 트렌치코트 안감에는 체크무늬가 쓰이기 시작했다. 노바 체크는 버버리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2018년 버버리 로고가 심플하게 바뀌면서 'T'와 'B'를 겹쳐서 만든 새로운 모노그램은 세련미를 더했다. 1856년 버버리를 창업한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에서 'T'와 'B'를 따서 각각 주황과 흰색, 배경은 베이지색, 윤곽선은 검은색을 사용해서 컬러풀하면서도 젊은 감각을 느끼게 만들었다.


<출처: 버버리>


버버리 코트를 입고 전쟁에 참전했던 군대 장교들이 전쟁이 끝난 후 일상에서도 버버리를 계속 입으면서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유행을 이끌었던 트렌치코트. 방수와 방한이 뛰어나 특허까지 출연하여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개버딘 소재. 소재와 기능의 우수성은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 클래식함을 탄생시켰다. 영화 '애수(1940)', '카사블랑카(1942)',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 등등 영화에서 배우들이 입고 나오면서 자연스레 대중들에게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영국 왕실에서 인정한 브랜드, 버버리는 영국을 상징하는 옷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비가 자주 오는 영국의 기후에 맞게 얇으면서도 방수 기능을 가진 개버딘 소재를 사용한 코트는 필수 아이템이다. 왕실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탐험가들의 기록에도 버버리의 우수하고 실용적인 옷은 빛을 발했다. 2000년대부터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한 버버리는 영국의 대표하는 브랜드로 아직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을 받고 있다. 대를 물려 입을 코트가 있다면 버버리의 트렌치코트일 것이다. 클래식함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165년 전통의 버버리는 시대가 변해도 멋스러운 브랜드로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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