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중에 화려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가방이 있다면 레이디 디올(Lady Dior)이 아닐까.
여러 가방 중에서 디올을 대표하는 가방을 뽑으라면 레이디 디올 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레이디 디올 백은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덕분에 다시 태어난 가방이다.
1995년 프랑스 영부인은 파리를 방문하는 다이에나 왕세자비를 위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고심했다. 디올이 속해있는 LVMH(Louis VuittonMoëtHennessy,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의 아르노 회장은 영부인의 고민을 듣고 '슈슈(chouchou)'라는 신상 가방을 떠올렸다. '슈슈'는 연인이나 친구처럼 아끼는 사이에 부르는 용어로 따뜻하고 친근한 느낌을 담은 가방이다. 당시 디올의 신상 가방 슈슈는 다이애나를 위한 가방으로 수정하여 재탄생하게 된다.
좌: 레이디 디올 백 스몰/ 우: 레이디 디올 백 미듐 <출처: 디올 공식 홈페이지>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프랑스 영부인에게 레이디 디올 백을 선물 받고 가방과 함께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다이애나 패션에 대한 스포트라이트(spotlight)는 뜨거웠다. 우아하면서도 따뜻한 품성을 가진 다이애나와 잘 어울리는 가방이기에 더 빛났을 것이다. 레이디 디올 백은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레이디인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존경하는 뜻을 담아 '레이디 디올'로 이름까지 바뀌게 됐다. 디올의 '슈슈'라는 가방은 왕세자비에 의해 '레이디 디올'로 불리면서 현재까지 잇백(It Bag, 꼭 가지고 싶어 하는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가방)으로 존재한다.
26년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선물한 레이디 디올 백은 디올의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가 디자이너로 있을 때였다. 1989년 디올에 영입된 지안프랑코 페레는 대한항공의 승무원복을 디자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마치 건축을 하듯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패션디자인을 선보였다. 왕세자비에게 선물한 '레이디 디올'은 디올의 시그니처(Signature) 백으로 남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디올 브랜드의 탄생은 1940년대로 간다. 2차 세계대전 등으로 황폐해진 시기에 디올은 화려하게 등장했다. 남자들은 전쟁터에 나가고 여성들은 돈을 버느라 치장하고 꾸미는 일은 힘들었다. 1910년대~1920년대 샤넬의 시기에는 코르셋으로부터 해방되어 루즈하고 실용적인 패션이 주도하고 있었다. 1947년 디올은 본인의 이름을 건 부티크를 오픈한다. 섬유업계의 재벌인 마르셀 부삭의 도움으로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본인의 부티크에서 패션쇼를 벌였고 사람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 뉴룩(New Look)이 탄생한 순간이다.
디올 뉴룩 <출처: 디올 공식 인스타그램>
부드럽게 떨어지는 어깨선과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선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꽃봉오리처럼 종아리 아래까지 흐르는 치마는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룩이었다. 미국 하버스 바자의 편집장에 의해 'New Look(뉴룩)'이라는 용어가 생겼고 많은 여성들은 기존과는 다른 아름다운 디올 룩에 빠져들었다.
여성을 꽃처럼 아름답게 태어나게 한 디올의 뉴룩은 원래 '코롤(Corolle, 꽃봉오리)'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디올은 어려서부터 꽃을 좋아했다. 그의 첫 패션쇼에서는 꽃향기를 가득 머금은 향수도 선보였다. 디올의 첫 향수는 그의 동생이자 정원사였던, 카트린 디올을 상징하는 '미스 디올(Miss Dior)'로 화려한 패션쇼를 한층 향기롭게 만들었다.
디올은 패키지조차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가방을 사면 쇼핑백에 달아주는 별 모양 장식품은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해온 디올의 가치를 빛내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꽃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있는 집에서 부유한 유년시절을 보낸 디올은 은은하면서도 여성스러운 향수를 만들었고, 향기만으로도 설렘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어려서부터 부유한 환경에서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고급의'라는 뜻의 'haute'와 '맞춤복'을 뜻하는 'couture'의 합성어)의 상류층 패션을 많이 보고 자란 디올은 화려한 의상을 세상에 선보였다.
디올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잘 표현한 디자이너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기에 40대가 넘는 나이에 본인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 40대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1957년에는 프랑스 디자이너 중 최초로 타임지 커버에 실리는 영예도 얻었다. 하지만 그해 본인의 부티크를 연지 10년 만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 이후 디올 하우스는 이브 생 로랑,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를 거쳐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까지 많은 디자이너와 함께 하고 있다.
현재까지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올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26년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선물한 레이디 디올은 지금 들어도 우아하고 멋스럽다. 레이디 디올은 샤넬 클래식 플랩백만큼이나 예물 백으로 인기가 많고 여성들이 사랑하는 가방이다. 70여 년 전 디올이 공개했던 뉴룩 패션은 아직까지 명품 스타일의 하나로 자리 잡아 인기를 얻고 있고, 디올이 최초로 만든 미스 디올 향수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움을 부각해준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디자이너, 디올은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디올의 클래식함은 수십 년이 흘러도 여심을 저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