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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ourney Mar 30. 2021

클래식은 영원하다(1)

80년 전에 만들어진 클래식한 가방은 현재까지 많은 여성들의 위시 리스트(wish list, 원하는 물건이나 상품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은 것)에 올라있다. 에르메스의 켈리 백은 1935년에 세상에 나왔다. 만들어졌을 때의 이름은 'Petit Sac Haute(프티 삭 오트)'다. 켈리 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1956년부터였다. 모나코의 여왕, 그레이스 켈리는 임신 중에 배가 나온 사진을 찍히기 원치 않았다. 만삭이었던 배를 에르메스 가방으로 가린 채 찍은 사진이 퍼지면서 '켈리 백(Kelly Bag)'은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좌: 1956년 그레이스 켈리/ 우: 켈리 백 <출처: 에르메스 공식 인스타그램>


에르메스 브랜드는 180년 전에 생겼다. 창업자인 티에리 에르메스가 1830년대 파리에 마구 용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가게를 열었다. 말을 타고 다니던 당시 마구는 상당히 중요했다. 대충 만들어진 마구는 말을 찌를 수 있고 이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제품이 필요했다. 장인정신으로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든 티에리 에르메스의 가게는 독보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1870년대 후반 세상을 떠나게 됐고 그의 아들 샤를 에르메스가 가업을 이어갔다. 그 후로도 에르메스는 가문에 의해 대물림되면서 현재까지 명품 중의 명품으로 전통을 지키고 있다. 



1902년 샤를 에르메스가 은퇴한 이후에 그의 아들인 에밀 모리스가 이어받았고, 그는 자동차에 사용된 지퍼를 가방에 접목하여 세계 최초로 지퍼가 달린 가방을 만들었다. 자동차 브랜드인 부가티(BUGATTI)와의 컬래버레이션(collabolation)을 통해 탄생한 여행용 가방이라 이름도 '부가티'라고 불렀다. 현재는 '볼리드 백'으로 불리고 있다. 창업주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손자, 에밀 모리스는 본인의 할아버지가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면서 기반을 잡아온 브랜드를 한층 더 성장시켰다. 


볼리드 31 백(BOLIDE 31 BAG) <출처: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에밀 모리스의 딸, 재클린은 목사의 아들인 로베르 뒤마와 결혼을 했고 에밀 모리스의 사위에 의해 에르메스는 큰 성장을 이룬다. 에르메스의 로고가 만들어진 건 로베르 뒤마에 의해서였다. 건축학도였던 그는 감각이 뛰어났다. 에밀 모리스가 1951년 세상을 떠나고 사위인 로베르 뒤마가 경영을 이어받았다. 그레이스 켈리가 만삭인 배를 가린 '프띠 삭 오뜨'라는 가방을 모나코 왕국의 허락을 받아 '켈리 백'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한 것도 그가 경영을 할 때였다. 3대인 에밀 모리스의 사위, 로베르 뒤마는 4대째로 장인어른의 뒤를 이었다.



에르메스도 어려움의 시기는 있었지만 로베르 뒤마의 아들, 장 루이 뒤마가 경영권을 쥐면서 에르메스의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5대째 에르메스의 가문을 이은 장 루이 뒤마는 젊은 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1978년부터 경영을 이어받은 장 루이 뒤마는 1984년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게 된다. 비행기 옆자리에서 영국의 가수 겸 배우였던 제인 버킨(Jane Birkin)을 보게 된다. 제인 버킨은 에르메스 가방이 이쁘지만 수납이 부족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고, 장 루이 뒤마는 제인 버킨에게 직접 디자인 해줄 것을 제안하여 함께 '버킨 백(Birkin Bag)'을 만들게 된다. 


버킨 백  <출처: 에르메스 공식 인스타그램>


버킨 백은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가방이 아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극 중 사만다는 에르메스 매장을 방문하고 버킨 백을 보게 된다. 버킨 백을 사고 싶어 하는 사만다에게 직원은 말한다. "이건 가방이 아니다. 버킨이다."라고.


에르메스를 떠올리면 가방 유명한 가방은 '버킨 백', 과 '켈리 백'일 것이다. 이 두 가방은 1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가죽에 따라 다르겠지만 악어가죽으로 만들어졌다면 몇 배는 비싸진다. 돈이 있다고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품목에서 구매이력이 있어야 명단을 올릴 수 있는 콧대 높은 브랜드다. 비싼 가방을 사면서도 최소 켈리 백과 버킨 백 가격 또는 그 이상의 쇼핑금액이 뒷받침돼야 살 수 있다. 


에르메스는 가업을 이어받아 가문에 의한 경영을 하는 브랜드다.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긴 했지만 여전히 브랜드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에르메스 가방을 만드는 장인들은 인당 일주일에 2개 정도의 가방을 만든다고 한다. 180년이 지난 현재까지 창업주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정신이 에르메스 곳곳에 남아있다. 쉽게 가질 수 있는 흔한 명품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평생 버킨 백이나 켈리 백 하나 정도는 사고 싶어 할 것이다. 오랜 전통을 가지면서 브랜드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에르메스는 명품 중에서도 최상이다. 가게를 많이 찾는 단골을 유지하고 좋은 퀄리티의 물건을 선보이는 에르메스는 물건이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기에도 정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세계 최초의 지퍼백을 탄생시킨 에르메스는 켈리 백과 버킨 백으로 범접할 수 없는 명품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지퍼가 달린 가방인 볼리드 백은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켈리 백은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가방이고, 버킨 백은 제인 버킨의 이름에서 유래한 가방이다. 당대 유명했던 두 여인은 에르메스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1930년대 만들어져서 1950년대 그레이스 켈리에 의해 유명해진 가방과 1980년대 제인 버킨에 의해 탄생한 버킨 백은 2020년대인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이 있는 에르메스의 가방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심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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