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Journey Mar 22. 2021

명품의 세계에서 만난 나(2)

명품은 사치품이다. 

사치품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소위 허세를 위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 명품가방 들었어.", "나 명품 신었어" 이런 플렉스(Flex,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 개념이다. 요즘 20대, 30대의 명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보다는 남에게 보이는 자동차나 명품에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이왕 사려고 했던 물건인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어서 사야 한다는 심리는 오픈런까지 만들었다. 


명품회사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명품을 만지고 진열하고 판매했다. 사람들이 너무나 사고 싶어 하는 명품이라는 것도 직원 입장에서는 판매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고 직원들은 물건을 파는 일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만지다가 흠집라도 날까 봐 조심조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 무엇이든 익숙해진다는 건 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명품을 대하는 태도는 익숙함에서 편안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무리 좋고 이쁜 물건이라도 계속 보면 권태감이 온다. 처음에는 너무 이쁘다고 감탄한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한 물건으로 편안하게 사용하게 된다. 나의 첫 명품가방은 20대 중반이었다. 가져나가면 닳을까 흠집이 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심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에도 내려놓기도 하고 편하게 가지고 다니게 된 기억이 있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고 나서 애지중지 하다가 익숙하고  편안한 물건으로 남은 기억이. 





"당신의 명품은 얼마나 가치가 있나요?"


가치는 객관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돈이 많아서 아무렇지 않게 소소한 쇼핑으로 명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사듯이 옷과 가방을 쉽게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명품가방을 사기 위해서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돈을 모아서 구입하는 사람도 있고, 카드 할부를 갚으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은 명품이라는 가치에 본인의 돈을 투자한다. 명품 브랜드가 보이는 이미지와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을까.


"OOO가 드라마에서 가지고 나온 가방 이죠?", "OOO 인스타에서 봤는데 이 가방 있나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들은 사진을 캡처해서 찾는 물건을 보여주기도 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딸과 부모가 함께 매장에 방문한 적이 있다. 딸은 SNS에서 연예인이 착용한 가방을 구입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와 자식이 원하는 가방은 달랐다. 대학에 진학하는 딸은 연예인과 같은 가방을 가져 다니며 명품을 자랑하고 싶어 했고 부모들은 실용적인 가방을 원했다. 직접 착용해보니 나쁘지는 않았지만 연예인과 같은 포스를 내기엔 부족해 보였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듯 결국 연예인이 착용한 가방을 구입해갔다. 


본인이 원하는 워너비가 있을 수 있다. 내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을 따라 하는 건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 각자가 지향하는 누군가를 닮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결국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들어 보이는 게 단지 예뻐서 구매한다든지, 연예인이 들고 다니는 물건이라 따라서 구입한다면 결국 그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사람들이 가치에 두는 것이 다르듯 그 사람과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고 빛이 나는 물건이 존재한다. 




"명품이란 무엇일까?" 일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 질문이다. 

많은 책을 집필한 이어령 선생님은 모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럭셔리(Luxury)란 대화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어느 누구와 대화를 하든지 말문이 막히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을 럭셔리로 정의했다. 


잡지에서 이 문장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명품과 럭셔리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명품(Luxury Product)은 호화스럽고 화려하다고 인식되는 것들이다. 럭셔리한 사람은 누구와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럭셔리한 품성을 가진 사람이 들고 다니는 것들은 모두 명품처럼 보일 수 있다. 명품만 든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럭셔리해 보이지는 않다. 물건은 물건일 뿐 사람을 완전히 변화시키기는 힘들다. 명품을 팔려는 직원의 입장에서 나 자신도 명품적인 사람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다. 명품스러운 직원이 소개해주고 응대해주는 물건이라면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화려하고 눈부신 명품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 화려해 보이는 삶 뒤편에는 어두운 커튼이 존재한다. 일이 바빠서 늦은 점심을 먹다가 손님이 찾아오는 바람에 식사를 포기한 적도 많다. 먹고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주객전도되기도 한다. 응대한 고객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골라줬을때 만족해하는 손님의 태도에 일의 보람을 느꼈다. 정신없는 하루 중 쉬는 시간에 답답한 건물에서 나와서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의 시원함이 힐링의 순간이었다. 


화려한 물건을 팔면서 보이는 모든 것은 중요하다. 그루밍 관리가 중요한 명품회사에서 자기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명품회사에서 직원들은 백조와 같이 보기에는 우아하지만 아래에서는 열심히 발길질을 하며 나간다. 티 내지 않으며 헤엄쳐 가다 보면 언젠가는 잔잔한 물길을 만나게 된다. 백조의 삶을 살다 보니 나 자신을 명품처럼 갖춰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고된 일에 치여 힘든 순간에도 나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자체가 명품이 아닐까.




이전 01화 명품의 세계에서 만난 나(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