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안달 난 명품을 판다는 건 어땠을까?
나는 우리나라 3대 명품 중 하나인 브랜드의 직원이었다. 우리나라만큼 명품을 사랑하는 국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은 명품을 좋아하고 소유하길 원한다.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증가했다는 기사는 흔히 들리는 말이다. 백화점 매출도 감소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명품으로 인해 그 상황은 역전됐다. 팬데믹 시대인 요즘은 이전에 비해 백화점에 가는 횟수는 줄었지만 명품만큼은 예외다. 소위 오픈런까지 해가면서 명품을 사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다. 오픈런은 백화점 오픈하기 전에 줄을 서서 물건을 사기 위해 뛰어간다는 의미이다.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사람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물건은 한정적이고 사고 싶은 사람은 많기 때문에 갖고 싶은 열망은 더해져만 간다.
사람들이 열망하는 명품을 지겹도록 보고 느끼고 관망했다.
쇼윈도의 럭셔리 제품은 화려하다. 어느 브랜드든지 가장 보여주고 싶은 무언가를 진열장에 담는다. 인스타그램과 비슷하다. 인스타에 행복한 모습만 올리듯 명품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백조를 닮았다. 우아한 백조 아래 엄청나게 물길을 휘젓고 있을 다리를 상상해봤는가?
아침 근무 출근을 하면 수많은 택배박스가 매장을 뒤덮고 있다. 백화점 문이 열리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적게는 수십 가지에서 수백 가지의 물건을 정리한다. 물건이 제대로 잘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예약상품들을 관리하며 필요한 물품들을 채워 넣는다.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면 손님을 맞을 준비가 완료된다. 백화점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다. 주말보다는 평일이 그나마 한적한 편이긴 하지만 사람이 없다고 해서 쉬운 것만은 아니다.
명품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Display) 보이는 진열이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명품은 화려하게 보인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보는 진열품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는다.
VM(Visual Merchandising)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원은 매장마다 돌면서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넣으려고 노력한다. 매장 VM을 변경하는 날에는 새벽까지 전문가와 매장 직원들이 함께 진열을 한다. 은행에서는 셔터가 내려가야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명품 매장도 예외는 아닐 때가 많다. 명품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해야 하기에 진열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사람들이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명품에는 많은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더해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명품을 구매하러 온다. 결혼기념일, 결혼 예단가방, 프러포즈(propose) 선물, 승진 선물, 생일선물 등등 여러 가지다. 선물로 명품을 주려는 사람들은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명품을 준비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와 신랑, 시어머니가 함께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예비 시어머니는 본인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가방을 예물 가방으로 사주고 싶다고 아들과 예비 며느리를 데리고 왔다. 명품은 대를 물려 쓴다는 말도 있었지만 요즘은 물려서 쓰는 경우보다는 같이 사서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50대 후반의 시어머니는 본인에게 가치 있는 브랜드를 며느리가 될 귀한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평균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은 가치소비를 중시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의 히스토리라고 한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돈을 쓰고 싶어 한다. 예비 시어머니와 예비 며느리의 쇼핑에서 볼 수 있듯, 본인이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대접을 해준다는 의미다. 귀한 며느리를 가족으로 맞아들이면서 귀중한 물건을 사주고 싶었을 시어머니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명품은 가치를 부여하는 브랜드이기에 그만큼의 대우와 서비스를 바란다.
중년커플이 명품 매장을 방문했다. 아내가 남편을 위해 명품 신발을 사주고 싶어 했고 드라이빙 슈즈를 구매해갔다. 며칠 뒤 슈즈를 사간 중년커플이 매장을 다시 방문했다. 드라이빙 슈즈를 비 올 때 신었는데 물이 샌다며 환불을 요청했다. 드라이빙 슈즈는 원래 목적이 말 그대로 드라이빙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비 오는 날 신으면 물이 샐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것도 아니고 명품 신발을 샀는데 물이 샜다는 것에 상당히 불쾌해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명품에 대한 기대치는 높을 것이다. 본인이 가치를 부여해서 큰돈을 지불했으므로 수십 년을 신어도 사용해도 멀쩡하기를 바란 것일까.
명품회사와 소비자는 동상이몽 일지도 모른다. 명품을 구입한 사람은 비싼 물건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하다. "명품이니까 괜찮아", "명품이니까 이쁘다" 명품에 대한 편향적인 태도다. 한 번은 지갑 AS를 맡기러 젊은 남성이 매장을 방문했다. 접수를 하려고 하는데 왠지 모르게 가품의 느낌이 풍겼다. 소비자에게 진품과 가품을 말해줄 수는 없기에 AS센터로 보냈다가 가품의 이유로 반송받은 적이 있다. 본인이 선물 받은 명품지갑이 진품이라 믿었고 수선까지 맡기러 온 것이다. 결국 젊은 남자 손님께 본인이 명품이라고 가져온 물건이 가품이라는 사실을 통지했다. 씁쓸해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매장을 나가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본인이 명품이라고 애지중지한 물건이 가품이라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개인마다 생각하는 명품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일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명품은 물건이다. 내가 있고 난 다음에 명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의 가치가 명품과 비교해 봤을 때 당연히 더 크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