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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ourney Apr 07. 2021

악마도 입은 프라다의 매력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개봉하면서 프라다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영화의 초입부에서 편집장 '미란다'역의 메릴 스트립은 프라다 가방을 들고 등장한다.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작가인 로렌 와이스버거가 실제로 <보그>지 편집장 비서로 지냈던 경험으로 쓴 글이다.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맡은 편집장 '미란다'는 미국 <보그>지의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로 실존인물이다.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안나 윈투어를 악마로 비유했고 그녀는 프라다를 즐겨 입고 다녀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제목이 탄생했다고 한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포스터, 2006년


패션계의 거물급인 안나 윈투어에게 선택당한 브랜드, 프라다는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프라다는 변화와 도전을 거듭하는 명품 브랜드다. 프라다는 미우치아 프라다의 할아버지, 마리오 프라다가 1913년에 밀라노에 가죽 매장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태리 밀라노에 마리오 프라다는 그의 동생, 마티노 프라다와 함께 최고급의 가죽을 판매하는 '프리텔리 프라다(Fratelli Prada, 프라다 형제)'를 열었다. 올해로 107주년을 맞는 프라다 그룹은 창립 이래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견고하게 살아남고 있다.


사피아노 가죽으로 만든 가방 <출처: 프라다>


토마스 버버리가 개버딘 원단을 만들었다면, 마리오 프라다는 사피아노 가죽을 개발했다. 

사피아노(saffiano)는 부드러운 소가죽에 빗살무늬, 철망 무늬로 패턴을 넣은 다음 다시 광택을 내서 만든 원단으로 내구성과 오염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사피아노로 만든 가죽제품들은 아직까지도 프라다의 베스트 아이템이다. 마리오 프라다는 여행을 하면서 수집한 진귀한 재료를 패션과 접목했고 상류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창업주의 도전정신과 사업수단은 대단했다. 


사보이 왕실의 로고와 매듭이 들어간 프라다 로고 


1919년에는 왕실에서도 인정받았다. 이탈리아 사보이 왕실의 공식 납품업체로 지정되면서, 프라다 로고에 사보이 문장과 매듭을 그려 넣었다. 영국에서 왕실에 공식 납품하는 업체가 버버리라면, 이탈리아의 왕실에 공급하는 공식 업체는 프라다였다. 프라다는 승승장구로 잘 나가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2차 세계대전 등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1958년 설립자 마리오 프라다가 사망하면서 그의 딸, 루이자 프라다가 사업을 이어받았고 20년간 운영했다.


프라다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미우치아 프라다가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루이자 프라다의 딸이자 창업주 마리오 프라다의 손녀다. 그녀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패션과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았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쳐 정치학을 공부했다. 1977년부터 프라다의 CEO가 되면서 위기를 겪은 프라다를 발전시킨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인생 최고의 사업 파트너와 결혼했다. 미우치아 프라다의 남편은 현재 프라다 그룹의 CEO, 파트라치오 베르텔리다. 그는 10대 때부터 사업을 시작한 유능한 인재로 가죽 제품을 유통하는 소매업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사업 파트너로 만나서 1987년 부부로 인연을 맺었다. 사업수완이 좋은 파트라치오 베르텔리는 프라다 그룹의 CEO를 맡고, 미우치아 프라다는 디자인을 맡으며 아직까지 프라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지키고 있다.


포코노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진 프라다의 백팩 <출처: 프라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가업으로 이어 내려온 가죽제품이 아닌 나일론 소재로 가방을 만들었다. 1979년에 포코노(pocono) 나일론 소재로 백팩을 발표했다. 포코노 나일론은 창업주인 마리오 프라다가 가죽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 소재였다. 나일론은 낙하산, 텐트 등에 자주 사용되는 원단으로 비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새로운 스타일을 세상에 선보였다. 나일론은 가죽이 아니지만 가볍고 실용적이고 방수가 되는 소재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백팩은 여성의 두 손을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샤넬이 2.55 체인 백으로 여성을 자유롭게 했다면, 미우치아 프라다도 백팩으로 팔과 손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진 가방들 <출처: 프라다>


프라다 제품들을 보면 실용적이고 유행타지 않는 모던한 세련미를 보이는 디자인이 많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명품은 부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패션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프라다의 디자인들은 심플하면서도 튀지 않는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세련된 명품으로 입지를 다졌다. 20세기의 잇백(It Bag)으로 포코노 나일론 원단의 백팩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일론 원단은 가방에만 그치지 않고 의류와 신발에까지 이어졌다.


<출처: 프라다>


프라다는 톱 모델(Top Model)이라면 거쳐 가야 할 통과의례와 같은 곳이다. 그만큼 프라다는 패션의 미래를 쓰고 있다. 1998년에는 패션쇼에서 최초로 정장을 입은 남성에게 운동화를 신게 하면서 패션의 트렌드를 이끌어간다는 평을 받았다. 20년 전에 정장과 운동화의 매치를 생각했다는 건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다. 요즘도 운동화를 이용한 패션이 세련되고 멋있어 보인다. 미래를 내다본 프라다만의 도전정신과 실험적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라다 2021 SS 컬렉션 <출처: 프라다>


작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살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다. 프라다는 코로나 시대의 패션으로 '웨스트 업(허리 위) 패션을 선보였다. 일반적인 옷에 있는 로고는 가슴 쪽에 작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라다는 옷의 로고를 얼굴과 목 바로 아래, 쇄골 중앙에 큼직하게 배치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화상회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옷의 로고가 위에 있어야 하는 생각에서다. 


프라다는 미래시대의 패션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 같다. 본인의 할아버지가 가죽 가방을 덮을 때 사용한 나일론을 가방과 의류에 사용한 미우치아 프라다의 패션에 대한 발상은 놀랍다. 가업을 이어받은 지 4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혁신적으로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패션 아이템이 가장 기대되는 브랜드, 프라다. 악마에게 선택받은 브랜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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