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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복치 Aug 10. 2022

오피스 살인사건

3

“잠은 좀 제대로 잤어?” 늘 일을 핑계로 데이트마저 미루는 나에게 늘 한결같이 사랑을 퍼주는 주혁. 만나자마자 나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바쁘다. 그런 그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바로 회사 생활. 늘 그렇듯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번아웃은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퇴근하기 직전까지는 머리가 깨질 듯한 편두통에 시달려서 약을 달고 살아야 했고, 스트레스가 극심한 날엔 내 몸속에 불이라도 난 듯 오르는 열 때문에 얼굴마저 퉁퉁 부어올랐다. 하지만 주혁에겐 그런 상황을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아픈 걸 극심하게 걱정하는 스타일이니까. 얘기를 해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맨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땐, 주혁은 퇴사를 권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우리에게 퇴사는 있을 수 없었다. 주혁은 없는 살림으로 살아도 되지 않겠냐며 권유를 하지만 정작 그러고 싶지 않은 나였기 때문이다.


“주혁아…” 라며 운을 띄웠다.

“응?”

“우리 여행 다녀올까?” 라며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그래, 여행을 다녀와서 이 기분을 환기시키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여행? 무슨 일이야? 너무 좋지” 너무 좋아하는 주혁의 답변에 그동안 내가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 당장 일주일 뒤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고 여행을 생각하며 일주일을 버텨야지 다짐했다.


“와 너무 좋다” 벚꽃이 만발하게 핀 일본의 어느 낮 풍경을 보며 주혁은 말했다.

“그러게 진짜 좋다. 왜 진작 안 와봤을까?”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며 나 역시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아하니 여행을 와서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래. 여행 오기를 잘했어! 라며 야무지게 주혁이 준비해 온 코스를 따라 여행을 즐겼다.


아차. 로밍을 해온다는 것이 깜빡했다. 평소 연락하는 사람도 주혁이 전부였으니,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 찍는 일을 제외하고 핸드폰을 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여행 삼일 째 되던 날 새벽, 다급한 전화가 울리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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