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거나, 새로운 일 또는 결심을 맺어야 할 때면 잊지 않고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게 된다.
글을 쓰면서 마음이 더 단단해지기도 하고,
글을 쓰다보면 내 삶이 보다 더 분명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 사이의 일들을 브리핑해보자면 내 마지막 글이 '염소의 고민'이었는데
떨리는 마음으로 1차, 2차, 최종 테스트를 마치고 마침내 합격을 했고,
그 사이 강의를 6-7강 정도 찍었다.
반 아이들에게 창피해서 말을 못 꺼내다가, 종업식에 겨우 용기내어서 말했더니
아이들이 그럼 이제 학교를 떠나냐고 물어보았다.
그건 아니고 내가 가는 곳은 EBS처럼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라 겸직이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다.
강남구청의 강의를 준비하면서 다른 분들, 다른 과목의 선생님 방송들도 들어보았는데, 정말 좋은 선생님들의 좋은 강의가 많았다.
인강을 들을 일이 있는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염소의 도약이라기엔 아직도 어색하지만
지난 주에는 무려 우황청심환도 먹지 않고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강의를 찍었다.
(오늘 이 부분 강의를 들었는데 긴장되어 보이긴 했다ㅜㅜ)
물론 다른 선배님들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이건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강의의 스킬같은 형식적인 면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용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부족함 없이 열심히 준비중이다.
작년 이맘 때에는 생기부에 치여 지내느라 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아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생기부와 함께 방학을 보내고 계실 터라, 생색은 전혀 아니다.
이번 방학엔 석면 공사 덕분에(?) 수험생보다 빡센 11월~1월 초를 보내고, 겨우 숨을 돌리고 이렇게 글을 적을 여유가 생겼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내 단조로운 삶에 회의를 많이 느꼈고, 그래서 많은 도전을 했다.
청소년 소설도 배워보았고, 좋은 기회로 교과서 제작 팀에도 합류하게 되었다.
교과서 작업은 아직 완전 극초반이라 변화할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과서들을 분석해보는 정도이지만
교사로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에 매우 감사하다.
청소년 소설은 너무 재밌었던 경험인데 지금은 일이 너무 많아서 일단은 잠시 중단한 상태이다.
하지만 언젠가 꼭 다시 시작할 것이고, 소설을 쓰는 동안 학교 운동부 아이들과도 많이 가까워질 수 있어서 내 교사 인생에 있어서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늘 잠만 자서, 내가 매번 깨우느라(이제는 운동을 하는 아이들도 학교 성적이 매우 중요해서, 나중에 아이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가급적 억지로 깨우고 있다)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았는데
운동부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데 인터뷰에 좀 응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어 한 일주일 정도 해서 하루에 10분 정도씩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운동부 아이들은 정말 의리도 있고, 시간 약속을 잘 지켜서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나를 찾아와주었다. 잊지 않을게 ㅜㅜ
졸음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인형을 품에 꼭 끼고 와서 별 거 아닌 질문들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덕분인지 아이들 중 한 명은 빈말로 "2학기 때 화작 말고 언매(문법이라 화작보다 훨씬 어려운 과목으로 통한다)할 걸 그랬어요."라고 하거나 복고도에서 만나도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던 아이 한 명은 그 큰 키로 꾸벅꾸벅 인사를 해주는데 솔직히 너무 고마웠고, 그 동안은 왜 이런 관계가 될 수 없었을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나와 운동부 학생들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교무실의 다른 선생님들도 운동부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지내는지 몰랐다고 하시고, 대화를 하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건 정말 중요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면 나는 예전부터 이상하게 발표만 하면 떨면서도, 인터넷 강의를 찍고 싶었다. 내가 수험생이던 시절에 인터넷 강의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였는지, 막연하게 나도 언젠간 인터넷 강의를 꼭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이런 마음을 잊고 지냈는데, 코로나로 수업을 온라인으로 찍어보면서 다시 그 마음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지원서의 자기소개서를 적으면서 내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 보았는데, 나는 마치 이곳을 향해 달려온 느낌이 들었다.
인강을 찍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아직은 부족하다는 말을 매번 입에 붙이고 다니는데, 사실 정말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잘 채워나가면서 교육의 힘이 절실한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다.
진심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통해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
욕심인 줄 알지만 가르치는 동안 언제까지나, 누구에게나 좋은 교사이고 싶다.
작년 연말 정말 아끼는 내 친구가 나에게 적어준 ‘올해의 문장’(이상은 가수의 ‘둥글게’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나도 작은 꿈을 꾸고, 누군가의 작은 꿈을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