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 노바에서 선명한 것은,

Stripe Village, Costa Nova

by MinZhu

빨갛고 파란 줄무늬가 선명했다. 흐릿한 파스텔톤보다 진한 원색을 원래 더 좋아한다. 물론 색이라는 것은 어디에 어떻게 칠해져 있느냐를 따져야 하는데, 집의 외벽이 원색 스트라이프라고? 인터넷에서 본 코스타 노바 Costa Nova 사진은 참으로 내 취향이었다.




포르투에서 코스타 노바에 가려면 우선 아베이루로 가서 버스를 타면 된다. 아베이루행 기차는 가다 서다를 꽤 자주 했지만 어디에 도착했고 어디를 출발하는지 알아챌 수 없게 줄곧 조용한 시골 풍경이었다. 그래서 밖을 보고 있지만 의식은 모호하던 차, 정신을 깨운 건 어이없게도 창에 닿는 빗물 자국이었다. 포르투 도착부터 흐렸던 날씨는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상 벤투 역으로 가는 중 우산을 챙겨야 할까 잠깐 고민이 됐었다. 그런데 1시간 안팎의 근교라고 해도 당일로 다녀온다고 생각하면 여유가 없어진다.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오기에는 기차 시간이 아무래도 걱정이었다. 지난 이틀, 내내 흐렸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으니 괜찮을 거라고 애써 무시했건만, 아베이루에 도착했을 땐 비가 제법 세차서 우산부터 구해야 했다. 운이 좋았던 건 역사 안 매점에서 마지막 남은 우산이 내 차지였다는 것, 나빴던 건 유치하기만 할 뿐 전혀 귀엽지 않은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비닐우산에 거금 6유로를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침부터 서두른 것이 무색하게 시간도 훌쩍 지나 버렸다.


코스타 노바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기차 같은 칸에서 봤던 얼굴들이 있었다. 제대로 찾아온 게 맞는지, 어떤 버스를 타면 되는지, 뒤늦게 도착해 마음이 급했기에 무작정 물었다. 노선과 시간뿐 아니라 차비가 얼마인지까지 친절히 알려주며 덧붙이기를,

“저희는 둘이라 각자 0.5만 해도 1이 되더라고요”

기차에서 함께 내렸는데 한참 만에 정류장에 나타난 데다 오자마자 질문을 해 오는 내가 딱 봐도 ‘1은 안 되어’ 보였나 보다. 게다가 혼자, 그러니 0.5면 그대로 0.5인 느슨한 여행자를 모른 척할 수 없었을까, 먼저 함께 다니겠냐고 해 주어 코스타 노바 여행은 어쩌다 동행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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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 Costa Nova do Prado


정말 온통 스트라이프였다.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기보다 영화 세트이거나 유원지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 지금은 관광객을 끌기 위함이 줄무늬를 고수하는 이유로 크다 들었다. 그러나 처음은 고기잡이를 나갔다 돌아오는 어부가 짙은 안개 속에서 집을 찾기 쉽게 하려던, 해안 마을이 살아가는 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J는 이렇게 모두 같은 무늬여서 오히려 더 헷갈리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언뜻 봐서는 정말 그럴 거 같았는데, 그 말에 찬찬히 보니 바로 이웃한 집과는 색이 다르던지, 방향이 다르던지 똑같은 집은 또 하나도 없었다. 그걸 발견하고 우린 또 신기해했다.


알록달록한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다 보니 해변이 나왔다. 나자레 옥빛 바다와 호카곶의 거친 파도를 이미 경험한 내 눈에는 흐릿한 날씨 탓에 바다색은 탁하고 모래사장은 특색 없이 밋밋하기만 했다. 그러나 J와 K는 보자마자 탄성을 질렀다. 이번 여행에서 첫 바다라 했다. 별 감흥이 없다가 그녀들의 반응에 ‘아, 그래도 바다’ 한 번은 더,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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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5. 07 L) Companions, J and K, R) Three, not alone @ Costa Nova do Prado


‘날씨가 좋았으면……’, 이 말이 참 많이도 오갔다. 사진을 찍어도 내가 반했던 그 진빨강, 진파랑은 담기지 않았고 바다도 확실히 쓸쓸한 쪽이었다. 궂은 날씨가 야속해서 우리는 자주 입을 비죽거렸다. 그래서 J와 K가 참 고마웠다. 혼자였으면 뽀대 안 나는 비닐우산을 힘없이 들고서 하염없이 가라앉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였다. 실망을 해도 ‘같이’ 하니 아쉬운 소리 사이에 농이 담기고 웃을 거리가 만들어졌다. 다시 거꾸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대에 차지 않을 줄을 알면서도 ‘여기가 예쁘다’, ‘저기 서면 잘 어울리겠다.’ 하며, 사실 다 비슷비슷한 집들인데 사진을 서로 찍어준다고 수선을 떨기까지 하였다. 속상하기만 할 뻔한 날이 기분 좋게 떠들썩한 기억이 되었다.




오지만 찾아다니는 탐험가가 아니고 같은 곳을 보고도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여행 고수도 아니다.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곳엘 가서 다들 보는 것을 나도 보고 좋아하는 보통의 여행자이다. 그러니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감탄을 쏟아내야 하는지 미리 정하고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거, 굳이 돈, 시간을 들여 직접 가는 것은 왜일까. 사진이, 설명이 담지 못할 것을 내 눈에 직접 담는 이유가 크겠지만, 이처럼 모두 같을 수는 없는 상황과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코스타 노바는 내 취향이라 확신했던 ‘스트라이프 마을’로서 앞으로도 가장 많이 소개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코스타 노바에서 선명한 것은 원색 줄무늬가 아니다. 그녀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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