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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Mar 31. 2024

삼체

인상적인 SF, 인상적인 이미지들에 대해서


<삼체>

-미국 • SF • 8부작

-넷플릭스 2024.03.21. 오픈

-연출: 증국상, 앤드류 스탠튼, 제레미 포데스와, 밍키 스피로

-각본: 데이비드 베니오프, D.B. 와이스, 알렉산더 우


<삼체>는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 수상에 900만 부가 넘게 팔린 소설 <삼체(작가: 류츠신)>를 각색한 작품이다. 대단한 원작에 <왕좌의 게임> 제작진이 붙고, 회당 2000만 달러(=269억, 총 제작비 1억 6천만 달러)라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SF팬이며, 드라마 제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왕좌의 게임>을 필히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원작을 보지 않았기에 처음 접하는 줄거리는 너무나도 신선했고,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다. 모든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SF나 약간의 호러, 새로운 소재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왕좌의 게임>을 각색한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 B. 와이스가 각본을 맡았다고 하는데, 프로덕션 디자이너(미술감독)도 <왕좌의 게임>으로 4년 연속 에미상을 수상했던 데보라 라일리(Deborah Riley)가 맡았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줄거리도 흥미로웠지만,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와 연출들이 기억에 남았다. 시리즈를 보면서 예상치 못했고 신선했던 비주얼들, 인상적이었던 이미지들 위주로 써보려 한다.


(*아래에는 시각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넷플릭스가 여러 매체들에 제공한 이미지들을 첨부했습니다.)



인상적인 이미지들


(1) 문화 대혁명의 묘사

<삼체>는 1960년대 중국, 문화 대혁명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 '예원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꼬질꼬질한 민중의 모습과 붉은 깃발로 강조되는 이 즈음의 미장센은 잔혹한 시대를 리얼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화면의 붉은색은 중국 공산당의 색이기도 하지만, 왜인지 좀 더 검붉어 핏빛을 연상시키고, 그러한 붉은 단상에서 학생들의 폭력행위가 행해진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삼체에서 나오는 폭력의 묘사는 툭툭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느낌이다. 오버스럽지 않은데, 날 것이라 더 잔인한 느낌.

중국문화나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기에 '문화 대혁명'에 대해서는, 마오쩌둥이 선동한 폭력시위, 문화파괴운동 정도로 밖에 알고 있지 못했다. 드라마를 보며 시대상을 짐작해 볼 뿐이었는데, 관심이 생겨 당시 사진을 찾아보니 드라마에서의 광기와 잔혹함이 그리 비현실적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나서서 자국의 문화를 파괴하고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라니...

과거의 정치적,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로 재현하기 위해, 고증에 신경 쓴 모습이 보이면서도, 시각적인 완성도와 잔혹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질감과 색채를 잘 사용한 미술로 보였다.


(2) 망막 위에 나타난 카운트다운

이건 실제로 내 눈앞에 보인다면 무서울 것 같아서...

눈앞에 뭔지 모를 숫자들이 계속 나타난다는 것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이상하지 않을까 미술팀이나 vfx에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디지털시계처럼 할 순 없으니까.



(3) VR헤드셋 디자인

지구의 과학자들에게 일종의 vr게임처럼 삼체문제를 체험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헤드셋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형상은 두개골을 감싸는듯한 곡선을 띄며, 눈에서부터 귀까지 연결되어 헤드셋을 착용하면 시각과 청각을 한 번에 장악하는 느낌이다. 거울처럼 주변을 투영하는 모습과, 측면에서 더 잘 드러나는 유선형의 형태가 인류보다 훨씬 더 발전된 기술로 만든 물건이라는 느낌을 준다. 어디에 전원이 있고, 어디에 이음매가 있는지, 이것이 어떤 재질로 만들어진 것인지 유추할 수 없는 디자인이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왈, 헤드셋은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며, 액체 거울 코팅을 했다고 한다.)



(4) VR게임 속의 이미지들

일종의 VR게임? 삼체문제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VFX의 힘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많은 촬영을 크로마 세트에서 했을 거라 생각되는데, 애초에 극 중 가상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인지라 VFX 티가 나더라도 개의치 않았을 것 같고, 오히려 가상이미지라는 느낌을 의도한 듯했다. (인물의 의상이나 단순 명료하게 주제부의 건물이 있고 배경이 있는 구조라던지.) 3개의 태양을 상징하는 삼체의 심벌도 단순하면서 인상적이었다. 3개의 원이 겹쳐진 모습은 마치 지구를 감시하는 눈동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사원씬의 경우, 배우들이 연기하는 발코니만 세트로 만들고 이외의 모든 배경은 VFX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렇게 큰 돔 형태의 사원을 실제로 짓는다 생각하면 아찔하긴 하다.) 이 씬에서 수많은 병사들로 이루어진 '인간 주판'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를 포함해서, 수많은 "인간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초반에 나왔던 폭력과 광기의 군중들, 게임에서 멸망을 맞이할 때마다 쏟아져내리듯 흩어져 내리던 사람의 몸들, 마치 먼 하늘 위에서 바라본 듯 작고 무질서한, 그러나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듯한 이미지가 <삼체>라는 이야기를 관통하는 정서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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