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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Mar 17. 2024

닭강정

세상에 없던 어떤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

<닭강정>

- 한국, 코미디 / 10부작

- 넷플릭스 2024.03.15. 오픈

- 연출/극본: 이병헌

- 원작: 웹툰 닭강정 (박지독 작가)

- 출연: 류승룡, 안재홍, 김유정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이야기이다.


이 황당한 스토리는 원작 웹툰부터 시작된 것으로, 이걸 웹툰으로 볼 때에는 어차피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먼, 단순한 그림체의 병맛 웹툰이라 생각해서 그 희한함이 희석되는 느낌도 있었다. 요즘 웹툰 원작 드라마가 대세이긴 하지만 이런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다니... 궁금해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초반부터 연극 무대 같은 화면연출, 배우들이 대사 하는 방식이 때론 재밌기도 거슬리기도 했다. 이게 이병헌 감독의 스타일일까? <극한직업>과 <멜로가 체질>은 재밌게 봤었는데, 이 작품에선 그 정도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초반에는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나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스토리를 따라갔지만, 비슷한 방식의 연출이 반복되니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나는 미숙하고 단조로운 화면을 보는 것에 빠르게 질렸던 것 같다. 이 드라마의 시각적 콘셉트는 원작웹툰에 기인한 것으로 주인공 백중의 옷색깔이나 닭강정의 형태, 기계의 디자인 등이 웹툰을 고스란히 실사화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것이 유치하고 어설프게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취향적으로... 보라색 사람이나, 200년 전의 그림 등 보기 힘든 지점들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혹평을 한 느낌인데, 그렇다고 나쁘게만 본 건 아니다. “세상에 없던 신계념 코미디”라는 홍보문구처럼 (긍정적인 의미에서) 뭐 이런 이야기가 있나.. 싶은 작품이었다. 웹툰을 그린 박지독 작가, 이걸 드라마화하겠다는 제작자와 연출자, 배우들의 도전이 호기롭다. 창작을 하는 일은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지만, 기존의 창작물에 빚지고 있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드라마 같은 상업적 콘텐츠의 세계일수록 좀 더 안전한 선택, 어디서 본 듯 하지만 그럴듯한 것을 만들어내곤 한다. <닭강정>은 그 와중에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들을 슥슥 그려내고, 그것이 미숙하더라도 “뭐 이런 것도 있는 거지 “하고 세상에 꺼내놓는 느낌이다. 미숙하고 이상해 보이더라도, 그것이 용기 내어 꺼낸 자기만의 스타일이라면, 인정.



기억에 남는 이미지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아무래도 탱글하고 윤기 있는 닭강정이다. 이렇게 먹고 싶은 닭강정이 있나... 그래서 왠지 오늘은 닭강정을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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