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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Feb 18. 2024

플랜 75

당신은 살겠습니까?

<플랜 75>

-일본 / 드라마, SF

-2024. 02. 07. 개봉 (상영 중)

-연출: 하야카와 치에

-출연: 바이쇼 치에코, 이소무라 하야토, 카와이 유미, 스테파니 아리안


이번주는 드라마가 아닌 영화리뷰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는데, 작년에 마지막으로 본 게 <괴물>, 올해 처음이 <플랜 75>로 어쩌다 보니 일본영화를 연달아 봤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울림이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플랜 75>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근미래 SF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 정부가 75세 이상 국민의 죽음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 '플랜 75'를 발표한 직후의 세상을,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몇몇의 일상을 통해 담담히 보여준다.


주인공 ‘미치‘는 78세, 단아한 느낌의 할머니인데,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되며 가족과 동료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진다.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보지만, 일자리를 찾기도 주거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남아있는 선택지는 플랜 75뿐...


‘플랜 75’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지 강요가 아니라는 점을 정부는 강조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정책이 발의되고 홍보되는 세상 자체가 노인들의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어떤 사람에게는 주어진 선택지가 죽음뿐인 것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노후에 대한 걱정을 하는데, 완전히 상상불가는 아닌, 있을법한 근미래의 픽션을 보니 참.. 씁쓸하고 슬펐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소소한 삶의 즐거움도, 생존조차도 포기해야 하는 일인가. 그런 한편, 저출산 시대에 태어나 빼도 박도 못하고 노령인구를 (세금 등의 수단으로) 짊어져야 하는 젊은 세대의 비극 또한 실재하니, 난감하고 슬픈 시대다.


<플랜 75>는 현실에 흔히 있을법한 등장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며, 이들을 외면할 것인가? 어쩌면 이들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질문하는 듯했다.



인상적이었던 이미지

주인공 ‘미치’가 가는 곳마다 ‘플랜 75’의 홍보영상이나 현수막이 따라다닌다. 심지어 건강하게 살겠다고 찾아간 검진센터에서도, 미치의 뒤편으로 ‘플랜 75’를 선택한 노인의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점잖고 친절한 목소리로,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 가장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에 특별언급되었다고 하는데, 특별언급이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화면이 참 좋았다. 포커스아웃으로 뿌옇게 보여주다가 그 희미한 이미지들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던지, 주인공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게 하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속도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듯 느껴지지 않고, 어떤 삶을 한 발자국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느낌을 주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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