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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Feb 11. 2024

살인자ㅇ난감

어느 살인자의 난감한 이야기



<살인자ㅇ난감>

-한국/ 스릴러, 범죄/ 8부작 (19금)

-netflix 2024. 02. 09. 오픈

-연출: 이창희, 각본: 김다민

-출연: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



올 한 해 드라마를 꾸준히 보고 기록하겠다는 생각으로 드라마 리뷰를 시작했는데, 연초부터 드라마들의 퀄리티가 심상치 않다. <선산>도 웰메이드 스릴러였고, 평소 보지 않던 장르였던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으며, <LTNS>는 최근작 중 최고였다. 점점 드라마를 보는 눈이 높아지던 와중에, <살인자ㅇ난감>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제 드라마의 퀄리티는 영화와 비교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영화/드라마를 나누는 기준이, 과거에는 영화관에서 큰 화면으로 보는 '영화'와 tv에서 연속 방영되는 '연속극' 개념이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ott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 없이 즐기는 요즘, 두 콘텐츠의 근본적인 차이는 플랫폼 차이가 아니라, 러닝타임에서 체감되는 것 같다. 2-3시간을 할애해 한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냐, 혹은 극 중 캐릭터가 최소 6부작 이상의 연속적인 이야기와 사건들을 보여주느냐. 즉, 영화냐 드라마냐 라기보다, 단편이냐 시리즈냐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일종의 연속극인 드라마는 특유의 캐릭터와 세계관 안에서 연재되는 웹툰과 닮았다. 그래서 웹툰의 드라마화는 유용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연속적인 이야기라는 동일한 구조를 가졌으며, 이미 흥행한 웹툰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니까.


<살인자ㅇ난감> 또한 웹툰이 보여준 이야기를 그린 것일 텐데, 웹툰을 보지 않아서 드라마가 얼마나 충실히 원작을 그려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다른 웹툰 원작 드라마보다 상대적으로 '다르다', '좋다'라고 느낀 부분은 좀 더 영상작품답다는 것. 예를 들어 <이재, 곧 죽습니다>를 재밌게 봤지만, 웹툰에서의 대사를 곧이곧대로, 최대한 잘 들리게 표현하는 것이 거슬렸었다. 정지된 컷으로 구성된 웹툰은 작품형태의 한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사'로 내용을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웹툰원작 드라마들이 영상연출로 극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음에도 웹툰의 설명적인 대사를 그대로 사용한다.


<살인자ㅇ난감>도 그랬을지 몰라도, 대사가 작위적이거나 설명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캐릭터 그 자체로 느껴졌던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유사한 이미지의 교차편집이나 리드미컬한 미장센을 보여준 연출의 힘이었을 수도 있겠다. 드라마를 다 보고 1-2부를 다시 보았는데, 다시 봐도 초반부의 진행과 연출, 배우들의 힘을 뺀 듯 자기 같았던 연기가 참 좋았던 것 같다.


단편보다 ‘시리즈’를 선호하는 시청자들, 어떤 드라마에 승차해서 끝까지 달리는 시청자들은 그 작품의 캐릭터와 세계관이 마음에 든 것이다. 주인공이 마음에 들기에,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의 서사를 더 길게 즐기고 싶다. <살인자ㅇ난감>처럼 주인공이 살인자일지라도, 일부나마 그의 고민에 공감하고, 주인공이 잘 되기를(심지어는 그의 범죄가 발각되지 않기를) 응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쉬웠던 부분은 후반으로 갈수록 내가 궁금했던 이탕의 서사, 살인이라는 죄와 정의 사이의 딜레마 같은 이야기가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인물 서사가 끼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극이 루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3-4부 즈음엔가 4개월 후로 시간이 튀며, 이탕이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스킵하는 감이 있는데, 오히려 후반의 서사보다 스킵된 이탕의 서사가 궁금해지는 건 나의 취향일까?


어쨌든 꽤 재밌게 작품을 봤기에, 만약 이 드라마가 6부작이어서 좀 더 빠른 리듬감으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아예 12부작쯤 만들어서 이탕의 다른 살인과 고뇌를 더 보여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인상적이었던 이미지


드라마에서 시각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배우 정이서가 맡은 '여옥'이라는 캐릭터다. 웹툰에서 검정 선글라스와 노란 옷을 입은 단순한 그림체로 표현되었었는데, 드라마에서도 노란색 컬러를 포인트로 연출한다. 여옥이라는 캐릭터는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시각장애를 갖게 된 그녀의 히스토리부터, 조근조근한 말투에 폭력적 성향이 느껴지는 표정과 태도. 그냥 딱 봐도 광기가 느껴졌다. 이 배우가 마인에서 예쁘장했던 정이서라니... 스타일링과 분장의 덕도 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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