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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Jan 28. 2024

선산

스산한 시골마을의 풍경, 그리고 김현주

<선산>

-한국 / 스릴러 / 6부작

-넷플릭스 1월 19일 공개

-연출: 민홍남 / 각본: 연상호, 민홍남, 황은영

-출연: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즐겨 보지는 않는 편이라, “작은 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며 벌어진다”는 간단한 줄거리를 보고, 조상신의 무덤이 있는 산을 건드려서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불길한 일들이 어떤 종류의 일들일까 궁금해하며 시청을 시작했다. 취향이 아니면 하차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켠 김에 끝까지 봐버렸다.


드라마가 풍기는 분위기는, 무당이나 굿씬, 시골 풍경의 모습에서는 <곡성>, 한국적인 오컬트 소재와 어떤 비밀을 파헤쳐나간다는 점에서는 <악귀>도 생각난다. 둘 다 재밌게 본 작품이었기에 비슷한 분위기, 그러나 전혀 다른 이야기인 <선산>이 취향에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줄거리는 스포가 될까 안 쓰지만, 나처럼 공포스러운 장르를 싫어하는 사람도 볼 수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정도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경찰도 등장하고, 드라마가 설정하고 있는 미스터리가 회차가 진행될수록 밝혀지기에 수사물 같은 느낌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등장인물들이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 설정,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극본, 연기 모두 웰메이드 작품임을 보여줬다. 사연 있는 경찰들이었던 박희순, 박병은, 이복동생 역할의 류경수, 남편 역할의 박성훈, 이장 역할의 김재범 등... 미친듯한 연기였다. 특히 류경수의 눈빛은 이토준지 만화 캐릭터의 서늘한 표정을 보는 것 같았다. 더 글로리에서도 열연했던 박성훈 또한 속물적이고 나쁜 남편 역할을 잘 보여주었고, 마을 이장은 등장부터 맑눈광의 아우라를 보여줬다.


누구보다도 김현주의 캐릭터는 현실적이고 입체적이었다. 드라마는 미대 겸임교수인 ‘윤서하’의 공간들에서 시작하는데,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내가 보기에 공간들과 서사가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처음에 윤서하는 교수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시간 강사, 때로는 교수 맘에 들기 위해 비굴하게 살기도 하는, 현실에서 본 듯도 싶고 짠하기도 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볼수록 그녀가 겪는 불운과 불길한 일들이 본인의 속물적이고 아둔한 선택들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다 보니 그동안 연상호 감독/각본의 작품을 접하지 못했었는데, (아마도 내가 좀비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선산>을 보며 연상호 작가/감독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만화가이며, 극본을 쓰며, 감독도 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이야기꾼이구나 싶고, 그래서인지 독특하고 완성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한국 웹툰이 워낙 흥미로운 이야기와 연출을 선보이고 있고, 성공적으로 드라마화된 사례가 많지만, 그럼에도 웹툰원작 드라마는 특유의 소재나 경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편견을 깬 작품이었다.



인상적인 이미지


박희순이 노인 사망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마을에 처음 진입하는 순간, 물에 비친 산의 이미지, 어딘가 스산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시작될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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