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K Mar 03. 2024

내 남편과 결혼해 줘

다시 사는 거,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였어

<내 남편과 결혼해 줘>

-한국/ 로맨스, 판타지 / 16부작

-TVN, Tving 2024.01.01. ~ 2024.02.20.

-연출: 권경현, 각본: 신유담

- 출연: 박민영, 나인우, 이이경, 송하윤, 이기광



<내 남편과 결혼해 줘>는 주인공 지원(박민영 분)이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날, 살해당하고 다시 눈을 뜨며 시작하는, 타임슬립 드라마이다. 죽은 날로부터 10년 전인 2013년으로 돌아와 인생 2회 차를 시작하는 지원은 다시는 전과 같은 인생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최악의 남편이었던 박민환(이이경 분)과 결혼하지 않는 것!


최근작 중에서 시청률이 높았던 만큼, 주변에서 재밌다고 얘기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나도 생각보다 재밌게 봤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많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키워드들이 생각난다.


-분명한 권선징악. 나쁜 놈은 확실히 나쁘고 천벌 받는다. 철저한 인간쓰레기로 묘사되는 남편 역 이이경의 캐릭터는… 도덕적으로 말종임은 분명하고, 요즘의 여성들이 싫어하는 모든 것을 모아놓은 캐릭터였다. 이이경은 쓰레기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틈틈이 코믹한 모습을 보여줘서, 불쾌함을 유발하기보다는 드라마 상 지질하고 나쁜 놈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천벌 받을 나쁜 놈인데,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니, 중간중간 드라마의 재미를 올리는 역할을 했달까.


-인생 2회 차. 초반부에서 인상 깊었던 박민영의 대사가 있다. ‘다시 사는 거,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였어.’ 지원은 과거의 삶에서 해보지 못했으나 소망했던 일들을 두번째 삶에서 용기내서 해본다. 사람들이 타임슬립 드라마에 매료되는 이유가 이런 것 아닐까? 현실에서 생각한대로 살아지기만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삶에서 후회하는 부분이 있고, 돌이키고 싶은 선택들을 하나둘씩 안고 살아갈 테니까. 현실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허구 속에서나마 쉽고 내 맘대로 되는 삶을 대리경험하길 원한다. (이는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이 작품성이 좋더라도 시청률이 저조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여심 저격. 작품 곳곳에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것들(데이트 폭력이나 밤 길의 스토커, 생리하며 생기는 불편한 일 등)과 좋아하는 것들(배려하며 다가오는 유지혁, 길냥이, 디저트 등)을 명확하게 설정한 것이 느껴졌다. 대사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이 느껴졌는데, 나는 여성이지만 그런 대사들이 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고,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데, 그것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동명의 원작 웹툰을 잠깐 본 적이 있다. 무슨 웹툰 제목이 막장 드라마 제목 같지? 하며 몇 화를 보다가, 생각보다 빠져들어 밤늦게까지 보았던 기억이다. 끝까지 보진 않았지만, 뒷 내용이 궁금해지는 빠른 전개와 막장 요소들이 흡사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요즘의 웹툰은 드라마를 닮아가고, 드라마는 웹툰을 닮아가는 것 같다. 어쩌면, 스마트폰이라는 동일한 시청환경, 틈틈이 주어진 심심풀이 시간에 손 안에서 찾게 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비슷한 기승전결과 템포를 갖게 되는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