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이지 않고 많은 돈이 내게 들어온다면 행복지수가 올라갈 텐데....라는 희망도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 희망고문에 불과할 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어쩌다 고개를 돌리고 지갑을 여는 것이 로또복권이지만, 이것마저도 814만 분의 1이라는 엄청난 당첨확률 때문에 기대를 접는 게 현명하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로또 당첨자의 평균 스펙을 살펴보면. 서울 경기지역 거주, 40대 남성 기혼자, 30평대 아파트 거주. 서울시 인구가 973만이고, 경기도 인구가 1,300만이니까 서울 경기지역에 2,300만 정도가 모여 산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수가 5,170만이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44%가 서울 경기지역에 밀집해있다. 당연히 이 지역의 당첨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40대가 아무래도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겠다. 40대 남성 기혼자들이 당첨 확률이 높은 것을 보면, 주거비나 아이들 교육비 관련해서 돈 들어갈 데가 많은 연령대이긴 하다. 통상 가장이 40대인 4인 가족의 주거형태가 아파트 비율이 높다 보니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결국은 아주 희박한 확률의 문제에 불과하다. 아무런 의미 없는 스펙. 내가 속해있어도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것들.
복권에 당첨되고도 끝이 안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일확천금으로 인한 가족끼리의 분쟁, 쉽게 사기당하고 오히려 그 전보다 몰락해버리는 사례들. 실제로는 당첨자들 대부분이 잘 살아갈 것이다. 당첨사실을 쉬쉬하며 조용히 살다 보니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일부 들리는 안 좋은 사례는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욕망의 포로가 된 일부의 얘기다.
친한 후배가 로또 2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소고기를 얻어먹으며 뜻밖의 행운을 축하했다. 그 후배는 적잖은 금액을 사회단체에 기부를 하고, 가족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선물을 해줬다. 자신의 노력이 들지 않은 공돈에 불과하니 큰 의미 없이 아낌없이 써버렸다고 한다. 어쩌면 현명한 소비일 수도 있겠다. 욕망의 찌꺼기가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진짜 궁금한 것은. 당첨된 로또 복권을 안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무슨 까닭일까?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다.
인생이라는 복권(인생 복권). 누군가는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가 우리에게 주신 생명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그 존귀함을 어디 로또 복권에 비할 수 있을까. 아무튼 현재의 삶을 인생 복권에 당첨된 것으로 보자. 그것도 인생의 긍정적인 면만을바라본다면.
인생의 과정에는 행복과 불행, 건강과 질병, 여러 번의 기회와 선택이 보장되어 있다. 비록 공평과 공정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겠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과 불행은 삶의 주체가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주된다. 인생 복권도 개인이 이를 수령하더라도 그 개인의 소비유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거다.
우리는 어떻게 한 번뿐인 인생을 현명하게 소비하고 의미 있는 가치를 남길까?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나 선택을 통해서 누군가는 가치 있는 결과물을 남기고, 다른 누군가는 무의미한 소비를 하곤 한다. 삶에 있어 가치의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은 각 개인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 기회와 선택 사이에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변수도 존재하지만 이것 또한 논외로 하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만 얘기해도 벅차다.
우리의 삶에 있어 많은 가치의 영역은 제로섬(zero-sum) 일 수도 논제로섬(non-zero-sum) 일 수도 있다. 우리가 우스개 소리로 말하는 "지랄 총량의 법칙"처럼 "행복과 불행의 총량"도 그에 속한다. 이득과 손실의 합계가 "0"이 아닌 것이 꼭 유리하지는 않기 때문에(그 합이 마이너스 일수도 있어서) 행복과 불행의 총량도 제로섬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나마 공평하겠다.
제로섬 법칙에 의하면 누구에게나 일정한 행복과 불행이 부여되어 있다. 그중 <행복의 시간과 공간>을 극대화하고 불행의 시공을 최소화하는 조합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누구나 바라는 이 균형은 선택에 따라서 누구든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복권 당첨과 수령에 빗대어 보면. 우리는 그 인생 복권을 찾아 행복할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을까?
지혜로운 누군가는 당첨된 복권을 바로 찾아 알뜰하고 조용하게, 가족들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살 것이다. 어느 누구도 탐낼 수 없는 배타적이면서도 인생의 참다운 행복을 실속 있게 누리며. 다른 불필요한 욕망을 배제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살아갈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인생 복권에 당첨되고서도 옷 속에 넣어 세탁기에 돌려버리거나 옷장 속에 방치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인생 복권의 존재는 알지만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다른 생활 변수에 묻혀버린 경우다. 안타깝지만, 이 케이스는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인생 복권에 당첨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다른 무슨 복권인가를 사기 위하여 기를 쓰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는 인생 복권의 존재와 의미를 모르고 늘 다른 욕망으로 살아가는 경우다. 주위를 돌아보면 이 케이스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진짜 이상한 누군가는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알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찾아가지 않는 경우다. 현실 복권에서는 찾기 힘든 경우지만, 인생 복권에서는 얼마든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라.
아마도 마지막 케이스는 인생 복권에 당첨된 사실보다도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그 순간 어떤 기준이나 우선순위에 의해서 복권 수령을 안 하고 있지만, 나중에 이 선택이 후회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그 시간만의 인생 복권은 찾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뭐든지 다 때가 있는 법이라서. 아시다시피 인생 복권의 소멸시효는 즉시다.
혹시나 인생 복권 수령을 미루고 계신 분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왜 당첨된 복권을 찾아가지 않으시나요? 마음껏 쓰고 나면 다시 채워질지도 모르는데.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요새 유행하는 무한리필 집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역 입구에 로또 1등 9번 대박집을 보면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까짓 거 5천 원 투자하고 희망고문 한번 당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