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성파파 Oct 11. 2019

자식농사에 프로인 부모가 있을까?

 

주위를 돌아보면, 이런 사람 꼭 있다. 어느 조직이던지 그것도 여러 명.     


“내가 옛날에는 말이야, 소싯적에는 그랬었는데, 나는 너처럼 인생을 살지 않았어.” 이런 투의 문장을 앞뒤 좌우 없이 내뱉는 사람들. 자신이 살아온 인생길이 마치 커다란 경험과 깨달음을 주었다거나 자신의 삶이 프로인 것처럼 말하는 부류들 말이다. 요새엔 요런 분들을 보고 소위 “꼰대”라 부른다. 어디선가 나를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는 것도 팩트다.     


아무리 둘러봐도, 프로인 인생은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도 프로가 될 수 없다. 여기서 “프로”는 인생의 전문가를 말할 수 있겠다. 반복할 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동일한 경험도 없거니와 모두에게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라지는 순간까지 아마추어로 살다가는 것이 인생이다. 자신이 잘 살아왔다고 해서 아마추어가 느닷없이 프로가 될 수는 없다. 단지 프로인 것 같은 착각만이 남을 뿐이다.


먼저 태어나 살아왔다고 해서 먼저 경험했다고 해서 그 개인의 삶이 타인들의 삶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 개인도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온 것에 불과하다. 개인이 잘 살아왔다는 것도 다분히 사회적 편견의 영역에 속한다. 특히 세속적인 성공의 잣대로만 개인의 삶이 평가되는 현실에서는 삶의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눈에 비친 누군가의 모습은 잘 포장되거나 미화된 단면일 수도 있겠다. 특정 개인의 주관적인 삶은 감춰지고 객관적인 삶은 포장되기 마련이어서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많은 사례를 통해서 알고 있다.




자식농사에 프로인 부모도 없다.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언론에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성공을 거두었을 때 누군가는 그 부모들의 비법을 궁금해한다. 그 부모들 "자식농사 잘 지었네" 부러워하면서. 소위 엄친아나 엄친딸을 키워낸 부모들을 앞에서 부러워하고 뒤에서는 질투의 시선을 보낸다.


그 부모들만의 특별한 양육법이나 교육철학이 존재할까? 가끔씩 평범하게 말하는 그 부모들을 보면 김 빠지고 실망도 하지만,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결정적인 무언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대부분의 부모들이다. 아이들의 공부 결과가 부모의 성적이 되는 현실에서는 이것이 우리 부모들의 자화상이다.


문제는 그런 방법이 있다 치더라도 우리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까? 적용한다면 그 아이들과 같은 결과가 나올까? 많은 부모들이 얇은 귀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솔깃한 모범사례가 쏟아지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부모들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답을 알 것이다. 공부나 일이나 특별한 방법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어쩌면, 모범사례의 그들도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어쩌다 부모가 된 것처럼.


아무리 부모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성을 들이고 노력하더라도 안 되는 아이들이 있다. 공부에서 시작된 세속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아이의 인성 같은 본질적인 것도 부모의 의도가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는 화가 치밀고 짜증 나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자식농사 맘대로 안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 틀린 말 하나도 없다.


똑같은 양념과 레시피로 담근 김치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육아문제나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결과는 각각 다를 것이다. 옆집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똑같은 학원에 보내고 공부스타일까지 따라 하더라도 막상 결과는 알 수 없다. 엄마의 손맛만큼 아이들도 다르니까. 그뿐이다.

     

어릴 적 부모님을 보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았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만히 그때를 돌아보면, 우리 부모님도 여러 상황에서 우왕좌왕 고민을 하고 좌고우면 하며, 다른 집 부모들 얘기에 귀를 쫑긋하고 노심초사했었던 것 같다. 그 자체로 불완전했고 자신들의 삶에 힘들어했었던 그 모습이 어린아이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그냥 아마추어였던 것이다.


지금의 우리들처럼.




전문가들의 조언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아이들 육아나 교육문제에 있어서도 여러 전문가 부류가 존재한다. 유아교육 전문가, 아동심리학 전문가, 신경정신과 의사들, 아동행동 코치 등등. 이들은 다양한 이론과 실제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키우거나 다른 부모들에게 조언을 한다.


이들의 전문적인 조언이 충분히 실효성이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보다는 "글쎄요"나 "아니요"가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과 정보가 있었음에도 그대로 할 수 없었거나 그대로 따라 해 봤더니 막상 큰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건강정보가 우리 건강에 그리 큰 도움이 안 되듯이 육아나 교육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고급 팁도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경험이라는 것도 일부분에 해당되는 것이라서 어느 부모나 아이에게 적합한 모델이 다른 가정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도 이상적인 틀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각각의 가정과 아이들에게 적합한지 여부와는 별론의 문제인 것이다. 결국에는 그냥 각각 부모 생각과 아이의 스타일대로 하는 게 타당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문어에게 월드컵 우승팀을 가리게 하거나 도박사들에게 하거나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는 아마추어다. 자신의 인생에서도 부모 역할에서도.

   

한 번뿐인 삶을 두 번 이상 살아볼 수도 없고, 전생에 부모였던 기억을 현생에서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부모가 되면 아이들 문제에 관해서 마치 프로가 된듯한 착각을 한다. 내가 먼저 태어나서 경험했으니까, 내가 살아보면서 이런 걸 느꼈으니까 하면서.     

 

어쩌면 우리 부모들도 상대적인 관점에서 어른의 흉내를 내다가 그냥 사라지고 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세우는 기준이나 가치관에 관한 말들, 우리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그 모습은 우리의 과거로부터 불러온 후회나 콤플렉스 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서투른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부모의 원형을 갖춘다. 그런데 우리의 시행착오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우리가 이번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아이들의 삶을 재단하고 부모의 기준으로 아이들의 삶을 유도하지는 말아야 한다. 아이들이 부모들의 시행착오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볼 일이다. 아마추어로서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자식농사는 부모가 짓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짓는 건지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