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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den Apr 22. 2023

어떡하죠?
오늘도 새벽 늦게 잠이 듭니다.

'밤에 깨어있기' 그리고 도파민의 무한루프에 갇힌 나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부터, 그러니까 한 10년 전부터 난 빨리 잠드는 생활과 멀어지고 말았다. 원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나도 처음엔 내 의지로 인한 결과라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아닌 것 같다. 난 밤에 깨어있는 생활에 '중독' 된 것 같다. 정확히는 새벽까지 깨어서 딴짓하는 삶에 중독이 되었다. 직장인 4년 차인 지금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평균내면 대략 새벽 2시쯤 될 것 같다. 어제도 나는 생각했다. 

아... 오늘도 늦게 자는구나.
내일은 좀 빨리 자야 할 텐데.


밤에 뭘 하냐고? 별거 안 한다. 어딜 돌아다니거나 술을 마시지도 않고, 누구를 만나지도 않는다. 전화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고작 방구석에 처박혀서 유튜브를 보는 이 시간은 너무 달콤하다. 마치 약국에서 산 텐텐한줄을 그 자리에서 다 까먹는 것처럼 멈출 수 없는 달콤함이다. 체력이 방전되어서 피곤에 찌들어야지만 잠에 들 수 있다. 밤의 달콤함은 내일의 나를 고단하게 하지만, 그리고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잠에 드는 일이 쉽지는 않다. 매번 얕은 문제의식 정도는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 글로 쓰면서 비로소 무서운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그냥 수면 패턴이 안 좋은 줄 알았던 나는 진지하게 '밤에 깨어있는 상태로 딴짓하기'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회사와 도어투도어 20분 정도 거리에 살고 있다. 우리 회사는 10시 전까지만 출근하면 되기에 나는 8시 10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서, 보통 9시 반까지 출근을 한다. 새벽 2시에 자더라도 매일 6시간 정도의 수면은 보장되는 이 행운은 딱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나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안 봐도 되는 유튜브 영상과 스포츠 뉴스를 하나하나 다 챙겨보고 2시쯤 잠드는 것은 너무 당연해졌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물론 넷플릭스/티빙/웨이브/스포티비 나우까지 구독하고 있어서 컨텐츠의 샘물은 마를 일이 없다. 궁금한 영상을 못 보는 아쉬움은 나의 피곤함을 이겨 버렸다. 그래서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스마트폰에서 재밌는 영상을 발견하면 더 큰 화면으로 보려고 노트북을 켜는 미친놈이 되었다.


깨어있기 및 웹서핑 중독자로서 이런 나의 증상을 인터넷에 찾아보았다. 이미 수차례 지나가며 들었지만 역시 도파민 중독이 틀림없는 듯했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민간사찰이 의심되는 글이었다. 

 

그러나 21세기의 인류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공간에서 살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인류 문명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의 도파민을 분출시켜서 (그게 뭔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일하고 물건을 사대고 누군가의 이윤을 창출하게 만들지에 대한 노하우로 가득하다. OTT는 당신을 위한 콘텐츠로 가득하고, 쇼핑몰은 당신이 사야 할 상품을 잔뜩 내밀며, 소셜미디어에서는 당신이 관계 맺고 싶은 사람들이 손을 흔든다. 커뮤니티는 싸움까지 제공한다. 그게 비록 사생활 침해와 루머에서 시작해서 비합리적인 비난으로 끝날지라도, 적어도 한동안 당신이 분노를 불태우고 정의로운 단죄의 통쾌함을 경험하도록 도파민을 끊임없이 뿜어내게 만든다. 이런 환경이 균형을 원하는 신경생리학적 타노스와 만나면 렘키 교수가 말한 도파민 중독이 탄생한다. 처음에는 흥미롭고 유익하고 즐거워서 들어가던 소셜미디어가 나중에는 그거 없으면 할 게 없어서,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라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 가는 공간이 된다. 필요한 물건을 쇼핑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뭔가 지르지 않으면 마음이 공허해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는 정작 배달된 물건의 박스조차 열지 않는다. 모두 도파민 낭비의 결과다.

장근영, "당신도 혹시 도파민 중독?" 하퍼스 바자 코리아, 2022년 6월 6일


아무튼 위 글에 따르면, 나는 계속 도파민을 뿜어내고 싶어서 밤에 잠은 안 자고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행히도 위 글을 작성한 심리학자님은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해 주셨다. 


그렇다면 그저 당신에게 들어오는 자극을 한동안 차단해 보시는 건 어떤가? 혹시 며칠이라도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끊어보신 적이 있나? 음료수는 생수만 마시고, 과자나 빵 없이 며칠을 보내면 전에는 모르던 맨밥의 단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감정도 그렇다. 도파민의 공백인 지루함은 진짜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해 필요한 여백이다. 미디어와 트렌드에 휩쓸리며 도파민을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진정 소중한 순간을 위해 당신의 도파민을 조금 남겨두시라. 그게 진정 삶을 즐기는 비결일지도 모른다.

장근영, "당신도 혹시 도파민 중독?" 하퍼스 바자 코리아, 2022년 6월 6일


해결책이 말로는 참 쉽다. 그냥 자극을 줄이면 된다. 다이어트를 위해 과자와 빵을 끊는 것처럼, 도파민 공백을 위해 유튜브와 SNS를 멀리하면 된다. 그러면 아마 나의 뇌는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도파민 중독은 아마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할지도 모른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고, 나는 탄산음료 하나를 끊기가 쉽지 않은데 유튜브라고 끊기 쉬울까? 중독을 제거하려면 단순히 그 중독 대상을 없애려고 하면 안 되고 모든 환경 요소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중독의 무한루프를 몸과 마음의 건강으로 생각해 보았다.


나는 몸과 마음의 건강이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의지를 통해서 몸/마음 중 한쪽의 부정적(-) 상태를 극복할 수도 있지만, 통상 한쪽이 부정적(-)이면 나머지 한쪽도 부정적인 방향을 따르게 된다. 사실 몸이 피곤한 상태(-)이면 빨리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해서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면 된다. 그래서 몸의 (-) 상태가 마음의 건강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나의 Case는 보통 마음의 상태가 몸의 상태에 영향을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마음은 그날 하루를 긍정(+)으로 보냈든 혹은 부정(-)으로 보냈든 몸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뿌듯하게 꽉 채운 하루의 긍정적 감정(+)은 보상심리라는 돌연변이가 되어서 밤의 내가 도파민을 찾게 만든다. 고로 나는 늦게 자고 몸의 피로(-)가 찾아온다.


한편 허무하게 하루를 흘려보낸 날에는 그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밤에 이것저것 하다 보니 다시 몸의 피로(-)가 찾아온다. 당연하게도 몸의 피로(-)는 다음 날의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다시 한번 마음의 건강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몸-마음의 피로감은 무한루프를 그리게 되고, "현대인 다 그래~"라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나의 삶은 조금씩 망가져 간다. 


그래서 밤에 유튜브 보는 행위를 '무서운 중독'으로 규정한 내가 내놓은 해결책은 '인생을 길게 보는 것'이다. '인생은 기니까 이렇게 새벽에 유튜브 좀 보면서 막살아도 되지 않냐?'가 아니라, 인생은 기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적어도 잠드는 시간 같은 생활 패턴은 딱딱 지키면서 살라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 보이면서도 어쩌면 가장 중요한 목표가 수립되었다.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든 간에, 적어도 밤 12시쯤이 되면 꽉 채운 하루에 대한 보상심리도, 흘려보낸 하루에 대한 아쉬움도 내려놓고 잠들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잃어버린 나의 정상 궤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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