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인데, 자신이 글을 쓰게 된 연유와 글을 쓸 때 필요한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문집이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그만큼 글쓰기, 특히 소설쓰기에 대해 많은 조언을 접할 수 있다.
인생은 나의 성공과 실패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에 얼마나 대단한 걸 원했는가, 그래서 얼마만큼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느꼈으며 또 무엇을 배웠는가, 그래서 거기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가,
인생과 소설은 둘 다 이야기라서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다. 세상은 그리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것, 다른 사람들은 생각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는 것.
소설을 쓰는 건 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아서 생각보다 쉽지 않고 생각대로 쓰이지 않는다.
이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욕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한다.
소설 속 주인공도 그렇고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렇다. 불의나 무기력에 맞서고자 할 때, 내(주인공)가 어떤 행동을 할지, 그래서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지켜봐야 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불의나 무기력에 맞설 때 마다 적극적으로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가만히 놔두면 안 좋게 변하는 건 운명이나 팔자 탓이 아니라 이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나 소설 속에서나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고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많은 법. 그렇다면 실패와 불행 속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그것이 이야기의 깊이와 차이를 만든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못 쓰고 못 쓰고 또 못 쓰기를 간절하게 원해야만 할 것이다.
일단 무엇이라도 쓸 것. 매일 쓸 것. 계속 쓸 것.
그러니까 뭐라도 좋으니 매일매일 꾸준하게 쓰라는 말이다. 초고를 다듬고 짜임새를 맞추는 일은 그다음 일이라고. 이 책을 읽고 나도 소설을 써보려고 며칠 동안 끄적거리고 지우고 쓰고를 반복했는데, 너무 어렵다.
그래서 비록 소설은 아니더라도 에세이나 독후감 같은 글이라도 꾸준히 써야겠다 다짐했고, 이 독후감도 일종의 그런 글이다.
좌절과 절망이 소설에서 왜 그렇게 중요하냐면, 이 감정은 이렇게 사람을 어떤 행동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한 사람이 느끼는 좌절과 절망 그리고 그 사람이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혹은 극복하지 못하고 어떻게 실패하는지 지켜볼 수 있다. 이게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고 독자는 그 이야기 속에서 경험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깨닫는다.
가장 느리게 쓸 때, 가장 많은 글을, 그것도 가장 문학적으로 쓸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만큼 글을 쓰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루 세시간 동안 다섯 매를 쓰든, 한 줄을 쓰든, 하나도 못 쓰든 상관없다. 다만 그렇게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 문장을 공들여 쓰고, 인과를 세세하게 맞춰가며 천천히 글을 쓸 때 가장 많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내용과 상관없이 꾸준히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쉬워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