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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수강은방학때 Jan 11. 2020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스티븐 킹의 소설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유명한 글쓰기 책이라길래 이 책을 샀다. 최근 '소설가의 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었는데 단연코 이 책이 가장 알찼다.

    낱말과 문법, 문단을 연장통에 비유하면서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 마지막 장에는 본인의 소설 초고와 수정본을 보여주면서 수정한 이유를 일일이 알려 준다. 글쓰기(소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독자가 그렇듯이 작가도 처음에는 등장인물에 대하여 그릇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서적으로 또는 상상력의 측면에서 까다롭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작품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다. 때로는 쓰기 싫어도 계속 써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형편없는 작품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좋은 작품이 되기도 한다.

    소설을 쓰는 당사자도 등장인물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멈추지 말고 일단 써 보라는 것. 혹은 자기가 쓰려고 하는 소설 배경이나 스토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해서 글쓰기를 그만두지 말 것.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소설이든 완성이 되기 전 까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평이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라는 것이다.

    일부러 어렵게 쓰지 말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말을 지키는 사람은 적다. 글을 쓰다 보면 자기가 아는 내용을 어떻게 해서든 뽐내고 싶어 하는 게 사람 마음이라 그런지.

    평이하고 직설적으로 쓰라는 건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킹은 장르 소설―안 읽어 봤다―을 주로 써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순수 문학에서도 필요한 경우에만 비유를 써야 하는 건 똑같지 않을까.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대화 설명에 부사를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드물고 특별한 경우로 국한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조언. 개 같은―스티븐 킹의 표현을 빌렸다―부사를 제발 쓰지 말자. '그는 문을 굳게 닫았다.'에서 정말 '굳게'가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내용 상 문을 굳게―살살이나 세게도 아닌 굳게―닫을 필요가 있으면 몰라도 그냥 닫고 마는 문이라면 빼야 한다. 부사를 쓸 때는 그 부사가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특히 등장인물이나 대화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부사는 가능한 쓰지 말아야 한다. "돌려줘." 그는 비굴하게 애원했다.―여기서 '비굴하게'라는 부사를 쓰지 않아도 독자들은 그 말투를 짐작할 수 있다. 부사를 쓰지 않는 것. 이 책을 읽고 나서 부사를 쓰는데 민감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막상 글을 쓸 때는 문단을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맺을지를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요령이다.

    문단을 구성하는 방법도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소설의 문단 구조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 얽매일 필요도 없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나중에 고치면 되니까.


신출내기 작가는 주의를 흩뜨리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선 방이 필요하고, 문이 필요하고, 그 문을 닫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구체적인 목표도 필요하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들을 오래 실천하면 할수록 글 쓰는 일이 점점 쉬워진다.

    글 쓰는 개인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 나는 보통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데, 클릭 한 번으로도 엄청나게 주의를 흩뜨리는 것들이 많다. 어떡하지.


좋은 소설의 기본 원칙 가운데 하나는 독자에게 어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직접 보여주라는 것이다.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철수가 화내며 말했다. "그거 내놔!" 라고 쓰지 말고 상황과 대사를 통해 화 난 철수를 보여줘야 한다.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나 분위기를 직접 설명해주다 보면 재미가 없어진다.


좋은 소설은 반드시 스토리에서 출발하여 주제로 나아간다. 주제에서 출발하여 스토리로 나아가는 일은 좀처럼 없다.

    중요한 말이다. 처음에 소설을 써봐야지,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게 '어떤 주제에 대해 쓸까?'였다. 그래서 글이 안 써졌던 건가, 싶기도 하고. 김연수 작가도 처음 소설을 쓸 때는 떠오르는 한 장면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한 아이가 서 있고 하얀 눈이 오는데, 눈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는 장면. 그래서 아이가 손을 뻗어 눈송이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보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모습(김연수 작가님이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장면 중 하나).


배경 스토리에 관하여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a)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b) 대개는 별로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다.

    배경 스토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말 것. 없어도 상관없는 내용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 필요 없는 문장이 많으면 진행이 느려지고 읽는 사람도 재미가 없어진다.


글쓰기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귀중한 교훈들은 스스로 찾아 익혀야 한다.

    안 그런 일이 어디 있겠냐만, 스스로 터득해야만 한다고. 많이 읽고 쓰는 게 글쓰기 연습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요즘 책을 많이 읽는다. 아직까지 많이 쓰는 게 엄두가 안 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만 오기를 가지고, 그리고 이렇게라도 계속하다 보면 곧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버텨낼 뿐이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직전이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그 순간만 넘기면 모든 것이 차츰 나아진다.

    그러니까 계속 읽고 쓰자.




    스티븐 킹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유머감각이 엄청난 사람인 거 같다. 책 후반부에서는 이 책을 쓰는 도중에 죽을뻔했던 사고 경험을 이야기해주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조금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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