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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르투갈이어야 했나

이민의 이유

by 영오

사람들이 포르투갈이민에 대해서 제일 많이 묻는 게 이것이다.

- 왜 포르투갈을 선택하셨어요?

사실 이 말에는 사람들이 포르투갈을 잘 모른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있다. 지금은 핫한 여행지로 너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민을 준비하던 4,5년 전만 해도 포르투갈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었다. 그런 알려지지 않은 나라에 가보지도 않고 덜컥 이민을 결정한 우리가 참 무모해 보이기도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질문은 포르투갈사람들도 많이 한다. 내가 이곳으로 이민을 왔다고 하면 그 이유에 대해서 대단히 궁금하게 생각한다. 직장 때문도 아니고,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르투갈이 모든 이들이 살고 싶은 나라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거 같으니 말이다. 사실, 이곳에 살아보니 날씨도 좋고, 물가도 싼 편이고 고요하고 평온한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이곳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귀담아듣지 않는 눈치다. 그 이면에는 한국처럼 좋은 나라에서 왜 굳이?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는 뉘앙스가 깔려있다. 사실, 포르투갈에 와서 알았는데 k-pop이나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한국은 대단히 발전하고 잘 사는 나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에 나와있는 이민자로서 나름 뿌듯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금은 시차가 있어서 상황이 달라진 것도 있지만 우리가 이민을 준비하던 때를 기준으로 해서 우리가 왜 포르투갈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 골든비자의 조건이 제일 좋았다.

골든비자란, 투자활동을 통해서 해당 국가의 거주권이나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유럽국가에 서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이민을 생각했을 때는 남들이 많이 가는 캐나다나 미국을 먼저 생각했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의 조건과 맞지 않았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 골든비자 제도가 있었는데 그중 포르투갈의 조건이 제일 좋았다. 보통 골든비자에는 거주기간과 투자금액 기준이 있는데 포르투갈 투자금액이 비교적 저렴했고 거주기간도 2년에 14일로 제일 짧았던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보통 6개월 이상을 요구하기도 해서 거의 실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있어서 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꼭 골든비자가 아니라 다른 비자(요즘 핫한 D7비자 같은)로 실거주하면서 거주증과 영주권에 도전을 해도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2. 의료시스템과 치안이 가장 안전했다

나는 2000년도 초에 캐나다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대단히 불편했다.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가 없었고 비싸서 늘 큰 문제였다. 그런데 포르투갈은 유럽 중에서도 의료시스템이 제일 잘 갖추어진 나라(라고 소개받았)다. 거주증을 받으면 가족주치의를 지정받을 수 있고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었다.(그러나 이것은 코로나이전의 자료였고 코로나 이후로 이 시스템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치안 또한 큰 이슈였다. 해외에서는 밤에 다녀도 안전한 나라를 찾기가 힘든데 포르투갈은 그 점에서는 안전한 편에 속했기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건 지금도 비슷하다. 포르투갈에도 최근 들어 이민자들이 많아지고 사회가 가끔 불안하기도 하지만 사람들 자체는 대단히 순하고 조용한 편이다.


3. 비영어권이지만 비교적 영어가 잘 통한다.

포르투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관광업이 발달을 하고 영어권 이민자들이 많은 이유인 것 같은데 비슷한 상황의 스페인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게 대단히 어려웠던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점이었다. 스페인을 여행할 때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 힘들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민생활은 더 어려울 것 같았고 그 점이 포르투갈을 선택한 큰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살아보니 이것은 지금도 만족스럽다. 내가 부끄럽지만 삼 년이 지나도록 포어를 못하고 있는데도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어디를 가도 생활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소통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이민이라는 큰 결정을 하는데 위의 몇 가지 요인들이 전부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100프로 만족스러운 곳은 없다(천국이 아닌 이상).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몇 가지가 충족된다면 다른 사항들은 감수하고 가야 되는 것이 후회를 줄이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매 순간 후회될 때도 있고, 잘했다고 뿌듯할 때도 있고 그렇다. 뭐든지 10년은 꾸준히 해봐야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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