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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면 천국에 도착한다

포르투갈 여행의 시작 코메르시우광장

by 영오


KakaoTalk_20250901_130939135.jpg 코메르시우 광장 전경

해외에 나와서 살 운명이었는지 나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여행프로그램을 그렇게 좋아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테마기행'같은 여행프로그램은 빠지지 않고 봤고 특히 유럽도시 편들은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봤다. 나는 유럽에 있는 모든 나라와 도시들을 좋아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좋았을 뿐. 또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데 풍차그림은 어렸을 적부터 그리기 좋아했고 제법 잘 그렸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나에게 전생에 네덜란드 사람이었나 보다는 농담을 건넸다. 그때는 그냥 농담으로 흘려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리스본에서 사는 걸 보면 유럽에서 살게 될 거라는 운명의 목소리였나 싶어서 신기하단 생각이 든다.


리스본의 코메르시우광장은 포르투갈 여행프로그램에서 매번 첫 여행지로 소개되는 곳이다. 포르투갈 여행의 시작을 이곳에서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상징적이고도 볼 것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다른 광장들과 달리 코메르시우광장은 한쪽이 테주강과 맞닿아 있다. 그곳으로 배들이 오가면서 무역상들이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광장의 이름도 코메르시우(Comercio), 상업광장이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이곳은 무역과 상업의 중심지였고 지금은 리스본 시청이 가까운 관계로 정치, 문화 행사도 자주 열리는 곳이 되었다.


KakaoTalk_20250901_130934548_02.jpg 광장의 끝에 연결된 테주강변

테주강(Tejo)은 특이한 강이다. 강이지만 그 넓이가 마치 바다와 같아서 자주 바다로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그런 까닭으로 도시 속에서 바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많은 사람들이 강변에 앉아서 바다같은 강을 바라보며 물멍을 즐긴다. 나 역시 이곳에 앉아서 강변의 바람을 맞으면 가슴속 답답함이 뻥 뚫리는 것 같아서 이 광장에 오는 것이 즐겁다. 테주강은 타구스강(Tagus)으로도 불린다. 테주는 포르투갈어이고 타구스는 라틴어이름이다. 이름이 달라서 한때 리스본에 강이 두 개인 줄 알았던 무지의 시절이 있었다.(나에게)


KakaoTalk_20250901_130934548_03.jpg 주제 1세 기마상


광장의 중앙에는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을 겪은 주제 1세의 기마상이 있다. 넓은 광장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이곳은 단연 손꼽히는 포토존이다. 기마상과 개선문을 함께 담으면 내가 포르투갈에 왔다는 확실한 인증샷을 남길 수가 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집에서 이 광장으로 오는 버스가 있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자주 타다 보니 이런 재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버스를 타고 30분 만에 포르투갈 여행을 오는 셈이다. 이 얼마나 경제적이고도 환상적인 경험인가. 내가 리스본에서 발견한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그래서 마음이 심란한 날에도, 기분이 좋은 날에도 나는 자주 이 여행을 즐긴다. 30분이면 천국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으니 이 호사는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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