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한 생각
며칠 전 이곳 친구를 만났는데 쇼핑몰에서 두 번이나 니하오~를 당해서 둘 다 참교육을 시켜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동양인을 보면 자주 니하오~를 날린다. 열이면 열 다 그렇고, 내가 중국인이 아니다 그러면 미안하다는 듯 '곤니찌와'이런다. (어쩌라고.) 친구는 평소에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그날따라 알만한 마트직원이 빈정대는 것 같아서 아주 제대로 한소리 해줬다는 것이다. 나 역시 길을 걸을 때나 식당에서 종종 니하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친구처럼 대차게 말로 되받아쳐줄 실력이 된다면 시작을 하겠지만 괜히 나중에 우스운 꼴로 끝이 날까 봐 나는 주로 못 들은 척하면서 무시하는 편이다.
나는 궁금해서 GPT에게 '니하오'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인지를 물어보았다. 역시 늘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그 아이는 그게 직접적인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빈정대거나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 미세차별)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답변을 주었다.
나는 길을 걸을 때 들려오는 '니하오'같은 소리는 그냥 무시를 한다. 아예 못 들은 것처럼. 그 사람이 인종차별을 의도했든 아니든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인사말로 아무 뜻 없이 하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동양인이면 무턱대고 '니하오'라고 하고 보는 그 행동자체에 비하의 뜻이 담기는 경우가 많아서 인종차별적 행위로 간주된다. 하지만 그것이 크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저 자기와 다르게 생긴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동양인에 대한 불쾌감을 장난으로 포장해서 표현을 하는 것까지 그 진의야 내가 알바 아니고 그건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그 사람의 문제이지 그런 행동을 당하는 내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은 따로 있는데 무슨 말이라도 건네는 저런 행동보다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빤히 쳐다보는 경우이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바라보듯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은 굉장히 불쾌하다. 한 번은 식당에서 옆 테이블 여자가 우리 테이블 쪽을, 특히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 먹는 것을 아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앞에 앉은 남편인듯한 남자가 그러지 말라고 하는 듯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계속 쳐다봤다. 내가 왜 그러냐는 듯 한번 쳐다봐 줬는데도 그녀의 불쾌한 행동은 계속되었다. "우리 옆에 여자분 계속 쳐다보는데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내가 친구한테 물었다. "에이, 그냥 우리 피부가 또 대단히 부러웠나 보지. 부러우면 말로 할 것이지." 친구는 애써 웃고 넘어가자는 농담을 건넸다. "그래도 나 불쾌한데 어떡하지? 나도 같이 흘끔거려 줘? 거울치료 한번 들어가?" 우리가 자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느꼈는지 여자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 사실, 니하오~하면서 장난을 거는 사람들은 보통 아이들이거나 아직 덜 자란 어른들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말없이 시선으로 모멸감을 주는 사람들은 한 때 콧대가 높았다고 생각되던 유럽인들, 아니면 아직도 백인이 동양인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다행히 이런 분위기는 포르투갈에서는 많이 볼 수 없었지만 유럽을 다니다 보면 종종 겪게 되는 일이기는 하다.
인종차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찔리는 게 있다. 한국인인 나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면 기분 나쁜 것, 이것 역시 차별 아닌가? 중국인하면 촌스럽고, 시끄럽고, 자기들끼리만 뭉친다라는 그런 선입견을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나 또한 아무런 생각 없이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을 같은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우열을 가리고 나누는 것이 모두 차별일 것이다. 내가 당하면 인종차별이고 내가 가하는 것은 농담이 되는 것은 공평한 잣대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모두 같은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귀한 존재들일뿐이다. 그러니 무엇이 인종차별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먼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