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과 발악 그 사이
친구에게 “너 생일에 뭐 받고 싶어? 빨리 말해!”라고 재촉할 필요 없이 이젠 카카오톡 상단에 떠있는 친구의 위시리스트를 보면 됩니다. 얼굴을 보고 선물을 주는 것이 미덕이라는 것도 옛말, 온라인 선물로 연간행사처럼 여겨지던 생일 챙기기가 정말 간편해지며 기념일 문화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선물하기 시장’은 매출액이 3조 원에 달했습니다. 선물하기 시장 점유율 70%의 카카오는 선물하기로만 매출이 3,000억에 육박하며 25%의 이익률을 내었습니다. 게다가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 19로 대면 활동이 자제되면서 선물의 형태가 온라인으로 다수 옮겨와 선물하기 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선물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톡을 뒤따라 작년 말 다양한 유통업계와 플랫폼이 선물하기 서비스를 런칭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너도나도 선물 서비스에 열을 올리며 경쟁이 심화하면서 보이는 다양한 변화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플랫폼은 프리미엄화를 통한 확장에 집중
카카오 선물하기
럭셔리 액세서리 브랜드 티파니(Tiffany & Co.)가 현대백화점과 협업하여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공식 브랜드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명품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도 놀라울 판국에 무려 티파니가 처음으로 국내 온라인에 정식으로 입점하는데 그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라니! 선물하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카카오톡은 몽블랑부터 티파니까지 카카오 커머스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소싱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SSG 닷컴, H몰까지 다양한 제품 군을 제공하는 유통업계가 선물하기 서비스 런칭하면서 카카오톡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유통업계를 견제하기 위해 다각적인 영역 확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는 프로세스 간편화를 통한 소비자 유치에 집중
쿠팡 facebook
유통업계 쿠팡의 선물하기 서비스는 선물할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문자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선물이 전달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유사하게 메시지 카드와 같이 보내지며 상대방은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 없이 이용 가능합니다. 특히 쿠팡은 타 유통업체와 차별화 되는 강점인 로켓배송을 활용하여 쿠팡 로켓 선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유통업계의 넓은 제품 카테고리와의 간격을 좁히려 프리미엄화 등 다양한 제품군을 끌어모으고 있는 반면에 유통업계는 플랫폼의 막강한 연계시스템을 견제할 쉬운 구매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총 연합회 – 대리운전 모바일 쿠폰
왼: 한국 대리운전 총 연합회, 오: 카카오 선물하기 내 입점 페이지
대리운전 총 연합회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대리운전 모바일 쿠폰 상품을 발매했습니다. 대리운전 쿠폰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형 상품권으로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매하거나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습니다.
금융업계 – 주식 상품권
왼: 한국투자증권, 오: 신한금융투자
주식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는 지금 금융업계에선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가 열풍입니다.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는 전화번호만 알면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주식, ETF까지 선물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다만 금융거래이기 때문에 1회 100만원 한도 내, 오전 8시붙어 오후 4까지의 제약이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 배달 상품권
배달의 민족 어플 내 선물하기
배달의 민족은 배민 상품권을 만들었습니다. 위의 대리운전, 금융업계 같은 경우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선물하기 서비스가 있는 곳에 입점하는 형태였지만 배달의 민족은 자체 내 선물하기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별, 가격별로 쿠폰을 만들어 선물하면 상대방 배달의 민족 선물함 내에 들어와 배달을 시켜 먹을 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시점에 적절한 서비스 런칭이었습니다.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많은 업체들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힘든 이 시기에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말이죠. 위의 사례들은 무형의 서비스를 가진 업체들에게 온라인 선물화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도자기 공방, 그림그리기 클래스 등 체험서비스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된다면 본 에디터는 부모님께 선물해 드리고 싶네요.
선물을 기프티콘 형식으로 받는 선물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파생 시장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기프티콘 거래 시장’입니다. 당근마켓을 보면 기프티콘 혹은 선물 배송지 변경 판매 등 다양한 형태로 온라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다 기프티콘을 파는 곳도 생기겠는데?’라고 생각하며 검색했더니 기프티스타, 니콘내콘, 기프티원 등 기프티콘을 거래하는 곳이 많이 있었고 본 에디터만 몰랐던 건지, 기프티콘 거래 시장은 정말 호황이었습니다. 아래에서는 본 에디터가 궁금해서 구매도 하고 판매도 해보면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접근하기 쉽습니다. 이들은 접근하기 쉬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혹은 어플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기본(구입/판매)에 충실합니다.
두 번째, 이들의 수익구조는 생각보다 탄탄합니다.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가격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으며 할인율과 유효기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판매를 할 땐, 기프티콘의 원가격에서 남은 사용 기한에 따라 수수료를 측정하여 업체에서 판매가격을 제시합니다. 이후 판매자가 제시된 가격을 보고 판매 승인을 누르면 자동으로 판매가 넘어가고 입금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본 에디터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유효기간 2일이 남은 채 판매를 했더니 2,870원이나 받을 수 있었답니다.
세 번째, 기프티콘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아 업체의 리스크로 남습니다. 만약 기프티콘을 판매한 사람이 구매한 사람이 사용하기 전에 먼저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이러한 경우 어쩔 수 없이 업체의 리스크로 남는 것입니다. 실제로 검색했을 때 사용한 기프티콘을 판매했다는 불만 가득한 후기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이러한 문제점은 바꿀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라 해결방법이 없어 업체의 리스크로 남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선물 서비스 시장에서 이러한 파생 시장은 아직은 미숙하고 리스크가 있지만 많은 소비자가 모이고 거래하고 있습니다. 리스크가 있더라도 과열된 선물하기 시장보다 이러한 파생 시장이 더욱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플랫폼, 유통업계, 다양한 업체까지 치열한 경쟁을 하고있는 선물 서비스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신선식품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많은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업계가 유리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생일인 친구를 노출하고 우측 선물하기 버튼으로 커머스까지의 연계가 매우 쉽고 간편합니다. 카카오 커머스 오피셜에 따르면 누적 3,800만 명이 카카오 선물하기를 접했다고 합니다. 그 중 70%가 선물을 받는 행위로 선물하기를 처음 경험했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카카오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받는 경험을 하도록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시리스트를 만들어 구매 결정 과정을 대폭 축소해 이탈을 막고, 신선식품부터 프리미엄군까지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진 선물하기 시장에선 카카오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는 슈퍼앱으로 거듭나는 카카오톡을 타 업체가 따라잡지 못해 선물하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유통업계도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목인 추석을 앞둔 지금 유통업계는 선물하기 서비스를 대폭 확장했습니다. 11번가에선 최근 2주(1월 20일~ 2월 2일) 간 선물하기 서비스 판매량이 지난해 서비스 오픈 직후보다 10배 늘었습니다. 다가오는 이번 설에 유통업계가 카카오를 대적할만한 터닝포인트를 만들 것인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