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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Aug 16. 2023

헤퍼 바이러스 조심! 가짜 웃음

우리는 찐 웃음이 필요하다고

어느 주말 저녁,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TV 채널을 돌려보다가 '킹더랜드'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요즘 대세 이준호 배우와 너무 예쁜 임윤아 배우가 연인으로 나오는 드라마였다. 도저히 안 볼 수 없는 비주얼 커플이지. 훈남 훈녀 배우들의 모습에 제대로 눈 호강을 시켜주겠다는 마음으로 잠시 채널을 고정시켜 보았다. 당시 극 중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다.


"우리는 누구?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을 선물하는 사람.

오직 고객을 위해!!!

헤르메스~~~"


극 중 천사랑(임윤아)은 킹더랜드라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다.  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진심인 그녀는 고객에게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상사로부터 웃음 교육을 받고 있었다. 티브이를 보던 나도 따라 해 보았다. (입꼬리를 잡고 끌어올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함과 동시에) "헤르메스~~~" 옆에 있던 남편의 입꼬리를 잡아 올리며 "해봐. 헤르메스~~~" 했더니, 헤르메스 대신 고개를 저으며 쯧쯧쯧 혀를 찼다. 요란한 제스처를 흉내 내며 배시시 웃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재밌게 웃다가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의 감정, 정체는 무엇일까? 웃으면서도 묘하게 공허해지는 것 같은 느낌. 웃음 속에 들어있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미묘한 파동이 일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웃음 연습까지 하면서 짓는 미소, 그것은 과연 진짜일까 가짜일까? 모두 다 가짜라고 부정할 수는 없지만, 내가 내키든 내키지 않든 무조건 방출해야 할 의무를 띈 웃음은 마음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음이 생략된 웃음. 나는 그것을 가짜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일상에서도 가짜 웃음에 현혹되는 일이 참 많다. 친하지 않은 누군가와 인사를 나눌 때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계산된 미소. 헤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원 없이 날려주는 웃음. 아무래도 무표정한 얼굴보다야 더 친근하고 상냥하게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많이 남용할 때였다. 가짜 웃음이 우리를 잠시 현혹할 수는 있겠으나, 지속적으로 쏟아내야 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건강에는 몹시 해로울 터이니... 결국 백 번을 헤르메스~~ 하며 연습하고 노력해 봤자 가짜는 가짜일 뿐.


그렇다면 '진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건 어떤 순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이들과 일상 해프닝을 툭툭 쏟아내며 배꼽을 잡고 깔깔깔 구르는 현장. 배가 콕콕 쑤시고 결려서 아파죽겠는데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그런 순간들. 기억을 더듬다 보니 너무 옛날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어쩐지 서글프다. 최근에는 그렇게 온마음을 다해 웃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마음도 따라오는 진짜 웃음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아낌없이 방출하며 살고 싶어졌다. 글을 쓰다 보니 지금 나에겐 그런 웃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웃는 얼굴엔 침 못 뱉는다고 하지만, 그 미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내 마음은 안다. 이제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미소보다, 내 마음이 인정하는 깊고 진한 웃음이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웃음은 된장 같은 것이다. 다른 재료들과 섞여도 결코 본연의 맛을 잃지 않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 오히려 더욱 깊은 맛을 내는 것.(갑자기 미소 된장국이라는 음식도 떠오른다.) 나는 우리가 된장처럼 깊고 구수한 맛을 내는 진짜 웃음을 많이 쏟아냈으면 한다. 오늘도 그렇게 웃을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웃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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