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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이또이 Jun 07. 2024

'적당함'에 대해...

난 지금 무엇을 위해 애쓰고 있나 생각해 본다.


무언가를 매우 열심히 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때와 비교해 월등히 많은 듯하다. 문제라고 느끼는 강도는 그 마음의 정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딸의 하교 후 놀이터에 앉아 친구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는 너무 애쓰며 살았네 싶은 순간을 공유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나 위주의 삶을 살다가 내가 아닌 그것도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과 맞춰가는 과정에서 나보다는 타인을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수년간의 힘겨움이 한꺼번에 터질 때가 있다. 아이를 낳고 시간이 지나 가정 안에서도 나의 정체성이 희미해질 때즈음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나는 소중하다'는 진리가 '적당히'라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서로 간에 적당히 맞춰가며 나를 스스로 존중해 줄 여유를 챙기면서 관계에 작은 구멍들이 생길지라도 난 그 작은 구멍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


엄마로서 아이들 양육을 완벽하게 하려는 의지는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아이들과 잡음을 만드느니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완성도로 만족할 때 아이도 엄마도 더 넉넉한 삶을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완벽하려면 할수록 지금을 부정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만족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집에서 엄마와 수학공부를 하다 몇 달 전에 학원을 다니게 된 아들은 수학 단원평가 때만 되면 잘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하굣길에 만난 아들의 첫마디는 '엄마 수학시험이 말이지... 아휴 70점 맞았어'였다. 70점도 괜찮은 점수인데 뭐가 틀렸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고 말해주며 애쓴 거 안다고 말해줬다. 정말 그랬다. 부쩍 100점에 집착하는 행동은 그동안 욕심 좀 가져보라고 닦달했던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했다. 아들의 공부에서 한발 빠져 바라보는 마음이 진즉에 필요했다. 아들과 함께 허우적거리며 얼마나 힘들었던가.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고 지속하는 힘이 필요해 보인다. 적당히 노력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방법 말이다.


집 앞 산책로에 물억새가 엄청나게 자랐다. 여느 풍경을 가릴 정도로 그 높이도 대단하다. 그런 풀들 사이로 빛이 슬쩍슬쩍 보일 때가 있다. 빽빽하기만 했던 그들 사이에 틈이 생기면서 바람이 통과하고 빛이 들어오니 살랑거리는 바람도 그제야 느껴지는 듯하다. 철이 강해 보여도 당기면 당길수록 그 장력이 결국엔 더 센 힘으로 상대를 밀어낸다. 적당한 틈을 유지하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까지 희생되어야 할 게 참 많았다. 그럴 필요 없었을 텐데 싶다가도 과정 없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무엇이든 순간 이룰 수 있는 것은 없기에 배움도 노력도 연습도 다 같은 맥락에서 적당하면 좋겠다. 이겨낼 수 있는 적당함, 그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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