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노바 신트라Hotel Nova Sintra
의도치 않게 이번 여행에서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5곳을 방문했다. 신트라(377,835명, 포르투갈 통계국(Instituto Nacional de Estatística, INE) 2011년 인구조사 결과)는 리스본(547,733명)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세 번째는 포트 와인 산업의 중심지인 빌라 노바 드 가이아 Vila Nova de Gaia(302,295명)이고, 네 번째는 포르토 Porto(237,591명), 다섯 번째는 카스카이스 Cascais(206,479)이다. 그중 산으로 둘러싸인 신트라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신트라는 제주도처럼 화산섬이 아니지만, 무어성에서 내려본 신트라 전경은 제주도 오름에서 바라본 풍경 같았다. 탁 트인 시야에 포착된 초록빛 나무 사이로 붉은 지붕 집들이 눈에 띄었고, 구릉과 구릉 사이로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먼 지평선 끝에 푸르른 바다가 보이는 듯했는데, 맑은 날에는 대서양까지 보인다고 하니 아마도 나는 정말 바다를 본 모양이다. 영국 시인 바이런 경(卿) Lord Byron은 친구에게 “신트라의 마을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틀림없네. 나는 이곳에 와서 행복하다네.”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바이런 경이 ‘위대한 에덴’이라고 칭송한 신트라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동화 마을 같은 신트라와 잘 어울렸다. 건물 입구부터 숙소 곳곳에 놓인 색색깔 꽃 화분이 손님을 반기고, 널따란 야외 테라스를 감싸고 있는 잎이 무성한 나무는 싱그러웠다. 숙소 입구로 들어서기 무섭게 중년 남자 사장님은 버선발로 부리나케 마중을 나와 무거운 캐리어를 받아 주셨다. 어느 호텔이든 서비스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친절하지만, 이곳 사장님은 약간 달랐다. 직원과 손님 간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멀지 않은 친척 같은 편안함과 친근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자라면서 소원해졌지만 어렸을 때 가깝게 지낸 추억을 공유한 친척 집을 방문해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숙소를 정할 때 염려했던 한 가지는 이곳이 2성급 호텔이라는 점이었다. 사진이나 소개, 방문객 후기를 참고했을 때 아무리 봐도 2성급 호텔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는 호텔 등급을 객실 상태와 서비스의 질로 착각해서 일어난 오해였다. 호텔 등급은 갖추고 있는 부대시설과 서비스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예를 들어, 5성급 호텔의 경우 피트니스 센터, 컨벤션 센터(국제회의장), 비즈니스 센터, 연회장을 갖추고 3개 이상의 식당, 24시간 룸서비스와 프런트 데스크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굵직한 국제행사나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기 때문에 최상급 수준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제공하는 시설과 서비스가 많은 만큼 건물 규모도 웅장하고 화려하다. 2성급은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갖추고 조식을 제공하며 최소한의 식음료 부대시설이 있는 호텔이다. 3성급은 1개 이상 레스토랑과 로비, 라운지, 휴식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마도 내가 머문 호텔은 레스토랑이 없어서 2성급인 듯했다.
신트라의 내가 묵은 숙소는 깨끗하고 안락했다. 직원들은 친절하며 안전하고 쾌적했다. 무엇보다 전망 좋은 넓은 야외 테라스에서 자연을 느끼며 마음껏 일광욕을 즐길 수 있었다. 산과 나무, 지나가는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책을 읽으며 편하게 쉴 수 있고, 테라스에서 마실 음료를 주문할 수도 있었다. 맛있고 푸짐한 아침 식사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빵, 잼, 과일, 차와 주스, 케이크는 3종류 이상 제공되어 그날 기분에 따라 무엇을 먹을지 아침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스크램블드에그, 치즈와 햄, 요거트까지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차려 놓고 먹자면 포만감에 젖어 들었다.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아담한 식당에서 깨끗한 흰 테이블보로 정돈한 식탁에 앉아 정성껏 준비한 아침을 먹자면 유럽의 평범한 가정집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머문 꼭대기 다락방까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는 일도 즐거웠다. 층계참에 놓인 앤티크 책상, 서랍장, 장식장과 각종 소품들, 계단 벽에 걸린 그림을 유심히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젠 번호키와 카드키에 익숙한데 박물관에서 볼 법한 옛날 열쇠로 방문을 여는 일도 재밌었고, 이곳에서 드디어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다락방 로망도 충족할 수 있었다. 주인아저씨의 정성스러운 손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는 이 아기자기한 공간은 세월 따라 층층이 쌓인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품고 있어 보였다.
몇 년 전부터 덴마크어인 휘게(Hygge)라는 단어가 전 세계적으로 편안함, 따뜻한,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휘게는 혼자서 또는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한다. 이를 복지 강국이자 가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여겼는데 포르투갈 곳곳에서 약간은 다른 정서의 휘게를 느끼곤 한다. 그래서 포르투갈로 떠나기 전부터 소담하고 따스한 신트라에 머물 날을 갈망하고, 돌아와서도 언젠가 신트라로 다시 떠날 두근거리는 날을 기다리는 것 같다.
▼ 이 내용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진과 보실 수 있도록 내레이션을 넣어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아래 영상을 살펴봐주세요. ^^
◆ 포르투갈 인구수와 GDP
포르투갈 수도인 리스본 인구는 약 55만 명, 광역인구는 약 300만 명이다. 국가 면적은 92,391㎢, 세계 110위로 100,363㎢, 세계 107위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포르투갈 전체 인구수는 약 1,000만 명, 세계 88위(2020 통계청, UN, 대만통계청 기준)로 약 5,000만 명, 세계 28위인 우리나라의 1/5 정도이다. 인구밀도는 114명/㎢로 507명/㎢인 우리나라의 1/5 수준이다. 면적이 비슷해서 두 나라 인구밀도는 인구수에 정비례한다.
포르투갈 GDP는 약 2,376억 달러, 세계 48위(2019 한국은행, The World Bank, 대만통계청 기준)이다. 대한민국은 1조 6,463억 달러로 세계 12위이다. 1인당 GDP는 포르투갈 2만 3,145달러, 세계 36위, 대한민국은 3만 1,838달러, 세계 27위이다. 경제성장률은 포르투갈 2.16%, 대한민국 2%로 비슷하다.요약하면 포르투갈은 우리나라와 국가 면적은 비슷한데 인구는 1/5로 인구 밀도는 우리나라보다 낮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월등히 높고 유럽연합 국가 중 경제력은 낮은 편이다.
Hotel Nova Sintra
가격대: € 70~80
위치: 신트라역을 나와 우측으로 직진 도보 약 5분
주소: Largo Afonso de Albuquerque No 25, Sintra, Portugal
전화: +351 21-923-0220